경기도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으로 인한 보육대란을 우선 막겠다면서 자체 예산을 투입하려는 기초자치단체들이 늘고 있다.

수원시가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최초로 누리과정 시비 투입을 선언한 것이 계기가 돼 안성, 안산, 평택, 안양에서도 예비비 등 자체 예산을 투입하려 하거나 투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에 각 시군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면 도 차원에서 예산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혀 지자체의 누리과정 예산 투입 도미노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8일 현재 도내에서 유일하게 누리과정 자체 예산 투입을 밝힌 곳은 수원시. 누리과정 예산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염태영 시장이 있는 곳이다.

누리과정은 대통령 공약사항이어서 중앙정부의 책임이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지만, 정파를 떠나 시민이 불안을 해소시켜야 한다는 수원시의 결단은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수원시에 이어 역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인 안산시가 2016년도 예산안에 누리과정 예산 260억원을 반영했다고 8일 밝혔다. 안산시내 누리과정 대상 3∼5세 어린이 9천400여명이 올 한해 누리과정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안산시는 그러나 경기도와 도의회가 조만간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당장 시비 투입은 미룬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소속 시군도 보육대란에 대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하지 않은 평택시는 추가경정 예산이나 보육항목 변경을 통해 보육비 수혈을 검토중이다. 시의회와 협의해 누리과정 3개월치 예산(51억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용인시가 예비비 투입을 검토중이고, 안양시와 이천시도 다른 시군의 움직임에 따라 대책마련에 나설 태세다.

여야를 떠난 지자체의 자체 예산 투입 움직임에 고무된 경기도는 이날 남경필 지사 주재 주간정책회의에서 각 시군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면 도 차원에서 예산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남 지사는 "어제 수원시가 복지대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일단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시에서도 고민을 하고 계신것 같아 말씀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 지사의 말대로 도내 시군들은 보육대란을 앞두고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해야할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는 이날 오후 이재율 행정1부지사 주재로 시군 부단체장 영상회의를 진행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재개에 따른 복무철저와 재정조기집행 등을 당부하는 자리지만, 누리과정 예산편성 사태에 대한 설명과 보육대란 방지를 위한 얘기들이 오갔다.

수원시 등 일부 시의 누리과정 예산 투입 방침이 당장 다른 시군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군은 정부와 시도교육청, 경기도의회의 예산안 처리 여부 등을 지켜본다는 입장인데다, 성남시처럼 국가 차원의 제도적 해결노력 없이 지자체가 미봉책을 떠안으면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들 뿐이라는 강경입장을 견지하는 곳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도교육청도 "일부라도 먼저 편성하자는 것은 편법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어렵게 한다. 그 이후의 조치에 대해 아무런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3일로 예정된 경기도의회 임시회에서 예산안이 처리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그러나 도의회 야당이 이날 "새누리당이 13일 임시회에서도 의장석 점거와 물리력 행사를 되풀이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 배후에 남경필 지사가 있다"는 비난성명을 내는 등 갈등이 오히려 증폭하는 양상이다.

다만, 경기도가 누리과정 예산 집행 시군에 도의 예산 지원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져 누리과정 갈등 해결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