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사 "누리과정 예산 해법 허리띠 졸라 매겠다"
도의회 더민주·도교육청 "근본적 해결책 아니다"
수원시 "지원중단 막겠다"… 일부 지자체 동참의사


"엄마, 아빠 저 사람들 왜 그래? 우리 때문에 싸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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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사회부장
초등학교 취학 전 연령대인 어린이집·유치원 아이를 둔 부모들이 새해 벽두부터 볼썽사나운 정치판 뉴스에 아이들 보기에 낯이 민망하다고들 아우성이다. 새해 선물로 친지들로부터 받은 책가방, 학용품 등을 자랑하며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가정의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우리 사회 미래 주역들이 볼모로 비쳐지는 씁쓸한 2016년 병신년 새해풍경이다.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용어조차 생소한 '누리과정(만3~5세 보육과정)'이 예산 편성을 둘러싼 정부와 광역 교육청, 광역 자치단체 간의 힘겨루기가 치킨게임(좁은 도로 양쪽 끝에서 서로를 향해 마주 달리는 이판사판의 대치상황을 비유하는 말)으로 치달은 지 오래다.

법적인 해석과 입장은 교육부, 국회, 경기도, 경기도의회, 경기도교육청 모두 각자의 명분은 충분하다 못해 헌법 위에 군림할 정도로 논리정연하다. 하지만 정작 그 대상인 어린이집 원생과 유치원생, 이들의 학부모, 이를 바라보는 가족들 등 결국은 경기도민들이 우롱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도민의 한 사람으로 통탄스럽고 부끄럽고, 언론인의 한사람으로서도 통렬한 책임을 느낀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0일 '보육대란' 문제에 대한 해법이 안 나오면 경기도의회와 협의해 올해에는 경기도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지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남 지사는 이날 '누리과정 예산 관련 경기도 입장' 발표를 통해 "중앙정부, 국회, 교육청과 해법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한 이후에도 문제 해결이 안 되면 경기도가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말했다. 우선 1∼2월분 900여억원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소요 예산에 대해 도비로 지원한 뒤 정부에서 이때까지도 누리과정 해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올해 전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도가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책임지겠다는 뜻"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반응은 냉담했다. "남 지사의 오늘 제안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며 "유일한 해결책은 박근혜 정부에 있다. 조속히 예비비 편성,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다만 "남 지사 제안의 배경을 살펴본 후 당의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도교육청도 "남 지사의 발언은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고 누리과정 예산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일단 도의회 진행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남지사 생각대로 도 예산이 지원돼도 어린이집의 경우 도에서 도교육청으로 예산을 전입한 뒤 다시 경기도로 예산을 전출시켜야 하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진다"며 "이런 거라면 정부예산이든 광역단체 예산이든 법률상 구체화시키면 될 일이다"라고 말했다.

보다못한 수원시가 앞서 지난 7일 전 지역 어린이집에 안내문을 배포해 '시비를 우선 투입하는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누리과정 지원중단사태는 막겠다'고 나섰다. 염태영 수원시장의 발언 다음날인 지난 8일 경기도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시·군 부단체장 연석회의를 열었고 용인과 평택, 안성 등 일부 다른 지자체도 동참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일선 시군마다 재정여건이 달라 경기도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잇따랐다. 아울러 도내 35만여명의 어린아이들의 학습보육권을 볼모로 진흙탕 싸움에 허우적거리는 동안 준예산 사태에 막혀 꿈쩍도 못 하는 민생사업들이 허리케인으로 변해 다가올 4·13 총선에 휘몰아치는 줄 그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김성규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