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부터 막고 나중에 해법을 찾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선결후문(先決後問)'제안(경인일보 1월11일자 1·3면 보도)을 누리과정 지원 주체인 도교육청과 예산을 전액 삭감했던 도의회 야당이 11일 정면 거부했다.

아이와 학부모 피해를 막기 위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비를 일단 도비로 충당하겠다는 남 지사의 방안이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인데,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보육대란'의 해법에 대해선 여전히 '정부 책임론'만 되풀이했다.

연정 위기론까지 나오는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도 남 지사의 방안을 비판하고 나서, 경기도발(發) 누리과정 논란이 중앙 정치권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도의회 다수당인 더민주는 이날 대변인단 성명을 통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비 2개월분인 910억원을 도비로 우선 충당하고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부 도비로 책임지겠다'는 남 지사의 방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도의회 더민주는 "올해 도 세수 전망은 어둡게 예측되는데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에 필요한 금액 5천459억원을 도가 부담하게 되면 법령 상 논란이 있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교통 문제 해결 등 도민을 위한 사업에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며, 어린이집 지원 예산 910억원이 담긴 도의 수정예산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보름 뒤에 닥칠 유치원 '보육대란'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마련한 목적예비비 3천억원 중 경기도에 지원될 650억원으로 불을 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유일한 해결책은 박근혜 정부에 있다"며 '정부 책임론'을 고수했다.

도교육청도 도의회 야당과 입장을 함께 했다. 이재정 도교육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도지사의 결단을 존중하지만 결코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 새누리당 도지사로서 대통령 공약사업이 해결되도록 내일이라도 청와대 앞에 가서 1인 시위를 함께 하자"고 말했다.

코 앞으로 다가온 '보육대란'에 대해선 "교육청이 소관하는 유치원에 대해선 학부모들에게 어려움을 주지 말자는 입장에서 예산을 편성했다"며 "보육대란 막다가 경기도 공교육이 근본적으로 무너지는 교육대란이 올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의회 야당이 현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대책으로 거론됐던 도비 지원을 거부하면서 도의 누리과정 사태는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13일 도의회 임시회에서의 예산안 확정도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태여서, 준예산 체제로 인한 '도정 공백'도 지속되고 연정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민주 중앙당에서도 남 지사의 방안을 비판하며 누리과정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경기도발(發) 누리과정 문제가 중앙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더민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는 "남 지사가 누리과정을 책임지겠다고 나섰는데,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채까지 발행하면서 도민의 혈세로 책임지겠다는 건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누리과정은 대통령의 간판 공약으로, 이 공약으로 당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속된 말로 '먹튀' 공약이 됐다"며 "우선 예비비로 보육예산을 편성해야 하고, 협의기구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순기·강기정·조윤영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