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대란
여야 다툼 속 준예산 체제 장기화
도정 공백, 자체사업 줄줄이 지연
상당 부분 소외계층·中企 직격탄

◈교육대란
도교육청, 8조8710억원 우선 편성
인건비가 82%… 나머지 사업 포기
신설학교 개교·학생연수등 불투명


경기도의회의 중앙 정치판 대리전 속에 누리과정 논란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초유의 경기도·도교육청 준예산 사태도 장기화하고 있다.

누리과정 문제가 '보육대란'을 넘어 도정 공백에 따른 '민생대란'과 '교육대란'마저 낳을 지경이지만, 경기도의회의 올해 예산안 확정은 여야 간 한치 양보 없는 다툼에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장애인·대학생 지원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사업들도 줄줄이 차질을 빚어 애꿎은 서민들만 발을 동동 구르자, 도의회 내부에서조차 "누리과정 예산은 나중에 처리하더라도 다른 대란은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경기도 서민 지원사업 줄줄이 지연…'민생대란' 오나

= 준예산 체제가 길어지며 지원에 차질이 빚어진 사업들은 상당부분 장애인 등 소외계층과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것이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골목상권이 침체되자 도는 소상공인 1천명에게 많게는 500만원씩 지원해 재기를 도왔지만, 올해는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소상공인 700명 가량에 대한 지원을 보류해야 하는 실정이다.

도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기 중인 중소기업 70여곳도 예산이 확정되기 전까지 하릴없이 기다려야 하고, 섬유 제조기업의 해외 마케팅을 돕기 위해 미국·중국에 조성된 섬유마케팅센터도 예산지원이 끊기면 직원 월급조차 줄 수 없게 돼 문을 닫아야 한다.

가슴을 졸이는 건 상공인뿐만이 아니다. 장애인 관련 각종 지원 사업도 준예산 대상에서 제외돼 볼링과 배드민턴·탁구 등 3개 종목 장애인 선수 11명은 오는 20일까지 준예산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달치 월급을 받지 못해 생계에 지장이 생길 처지다.

도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공무원들도 이달 말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으면 구조작업 중 다쳤을 때 보상받기 위한 단체보험 가입에 차질이 빚어진다. 개인보험에라도 가입돼있지 않으면 병원비 등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도 관계자는 "예산을 쓸 수 없는 기간이 길어지면 도가 서민 경제·복지를 위해 실시하던 자체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누리과정발(發) '교육대란'도 불가피

= 준예산 체제에서 최소한의 예산만 집행하기로 방침을 세운 도교육청은 '교육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준예산 체제에서 지난 4일 기관운영비와 인건비, 지출의무이행을 우선 배정했으며 2차로 자격 연수 등 법정사업 경비를 배정한 데 이어 3차 집행대상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본예산 총액 12조578억 원 중 8조8천710억 원이 우선 편성됐으며 2차로 12억 원이 추가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인건비가 7조2천784억 원으로 전체 준예산의 82%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탓에 도교육청에서 올해 추진하려던 사업들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겨울방학부터 하려던 신규 사업들은 '올스톱' 됐다.

학교 신·증설과 화장실 유지, 보수 등 학교교육환경개선 사업의 경우 용역비가 묶이면서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신설 학교의 개교가 늦춰지거나 노후화된 학교 시설물이 여름방학까지 방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학생 연수와 각종 교원 직무 연수도 연기됐다.

학생 교육원은 다음 주 3박 4일간 열리는 고교생 80명 대상 문화체육 융합캠프 1기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또 평화교육연수원은 교사 82명 대상 평화교육 직무연수를 취소하고 문화예술 치유 프로그램도 연기했다.

도교육청은 준예산 사태가 신학기인 3월까지 이어질 경우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학금과 급식비 지원, 돌봄교실과 방과 후 학교 운영 등의 핵심 사업 예산집행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이경진·강기정·조윤영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