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국노총이 '9·15 노사정 대타협'을 파기하고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했다. 이로써 1998년 경제위기 당시 김대중정부가 들어서면서 탄생한 사회적 합의기구 노사정위원회가 파국을 맞게됐다. 이처럼 정부와 노동계의 첨예한 갈등으로 인해 노동개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됐다.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 것이다.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9·15 노사정 대타협은 시작부터 불안정하게 출발한 것이 사실이다. 일반해고,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한다'고 애매하게 합의했지만, 정부는 지난해 말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까지 추진, 노동계가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한노총의 태도는 어떤 이유로든 옳지 않다. 한노총이 반대한 양대 지침만 하더라도 세부내용을 뜯어 보면 해고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해 놓아 노동계보다 오히려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노사정 파기로 노동계는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나설 것이고, 정부는 독자적인 노동개혁으로 서로를 압박하며 날 선 대립구도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3개월 후면 20대 총선이 치러진다. 정치권이 끼어들어 사태가 더 복잡해 질 수 있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국회와 노동계가 손잡는 걸 국민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계가 양대 노총의 연대투쟁으로 정부와 전면전에 나서게 되면 정부 역시 더는 노동계와의 협의를 기대하지 않고, 독자적인 노동개혁에 나서게 될 것이다.

'9·15 노사정 대타협'의 가장 큰 성과는 노동계와 정부가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대화와 타협의 자세를 견지할 때 노동시장의 선진화라는 큰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강 대 강' 대결의 결과는 너무도 뻔하다. 파국밖에 없다. 정부와 노동계가 극한 대립대신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에 양측이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지금 우리 경제는 유가하락, 중국발 경제불안으로 최악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노동계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길이 너무도 뻔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