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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경인일보DB
지난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어설픈 보이스피싱의 주인공 '오명균 수사관'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가 몸담았던 보이스피싱 조직의 간부를 비롯해 함께 일했던 조직원들도 줄줄이 경찰에 체포됐다.

21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체포된 '오명균 수사관'의 정체는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던 유모(28)씨로 밝혀졌다.

유씨는 지난해 4월 보이스피싱으로 한 여성을 속이려다가 실패하는 과정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면서 '오명균 수사관'으로 유명인이 됐다.

녹음 파일에서 유씨는 자신이 '서울중앙지검 오명균 수사관'이라고 밝혔지만, 상대방은 이미 이 같은 상황을 여러 차례 겪은 듯 "왜 또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느냐"며 웃으며 농담으로 대답했다. 유씨도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아∼ 겁나 웃겨"라며 당황하지 않고 대응하다가 "이제 그만 웃고 끊어요"라고 상황을 정리했다.

이 대화 내용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퍼져 나가며 조회수 50여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유씨는 뮤지션을 꿈꾸던 평범한 청년으로, 수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그러던 중 조선족 지인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중국의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일하면 한 달에 수백만원 이상을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유씨는 2014년 12월 중국으로 건너가 조모(43)씨가 지린(吉林)성 룽징(龍井)시에서 운영하는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 맡은 역할은 '1차 작업팀'으로, 한국으로 전화를 걸어 "당신 이름으로 대포통장이 개설돼 가해자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상대방을 속이는 역할을 맡았다.

'1차 작업팀'이 상대방을 속이는데 성공하면 , '2차 작업팀'이 '검사'나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허위 검찰청 사이트에 계좌번호 등 금융정보를 입력하도록 속였다.

유씨는 이곳에서 '검찰 수사관' 역할을 하며 월 150만원 정도를 벌었다. 그러다가 인터넷에 '오명균 수사관'으로 이름이 오른 후 '2차 작업팀'으로 승진해 월 4천만원 가량의 고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는 자신이 1차 작업팀에서만 일했다고 했으나 복수의 공범들이 그가 나중에는 2차 작업팀으로 옮겼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씨는 지난해 12월 한국에 들어온 콜센터 관리 총책 조씨를 검거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보이스피싱 조직을 나와 국내로 돌아왔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유씨는 물론 함께 일했던 조직원들도 줄줄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보이스피싱으로 피해자 20여명에게서 3억원을 편취한 혐의(사기 등)로 조씨와 유씨, 국내 인출 모집 총책 채모(23)씨 등 14명을 구속하고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검거된 조직원들을 통해 중국 내 보이스피싱 조직의 신원을 확인해 중국 공안과 공조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