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
흉물된 주경기장 인천시 서구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대회 폐막 후 경기장 기능을 상실한 채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25일 오후 인천시 서구 아시아드 주 경기장. 3만석 규모의 가변식 관중석이 철거되고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4 인천아시안게임 때 신축한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대회 폐막 후 경기장 기능을 상실한 채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3만 석 규모의 관중석을 철거함에 따라 경기장이 기형적인 모양을 띠게 되면서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스포츠인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4천7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한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1회성 시설로 만들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찾은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본부석 맞은편 관중석 대부분이 사라진 상태였다. 관중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3만2천500여 석이 철거된 것이다.

애초 경기장 설계에 반영됐던 가변석을 없앤 건데, 이것이 오히려 본부석 한쪽에만 관중석이 있는 기형적인 모양을 낳게 했다.

아시안게임 폐막 후 최근까지 이곳에서 개최된 육상(트랙, 필드) 대회는 한 차례도 없었다고 경기장 운영을 맡은 인천시시설관리공단은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의 남녀 국가대표 A매치 축구경기 역시 치러진 적이 없다.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사실상 경기장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경기장 자체로서의 경쟁력도 인천의 문학월드컵경기장,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들 경기장은 주변에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이 많아 관중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관중 접근성이 이들 경기장보다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FIFA U-20 월드컵 때 인천에서 사용되는 경기장은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아닌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본부석 반대편에 관중석이 없는 이상한 경기장은 국내든 해외든 거의 처음 본다"며 "경기장 분위기나 형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선수들 입장에서도, 경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없는 관중들 입장에서도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인천시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콘서트 등 '각종 행사'를 위해 주경기장을 17차례 대관했다고 했다.

국제규격을 갖춘 규모있는 4천700억원짜리 경기장이 단발성 행사장으로 전락한 셈이다. 스포츠 대회가 열리지 않는 경기장을 운영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3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가변석 철거는 경기장 설계 때부터 수익시설 유치 등을 위해 계획됐던 내용"이라며 "지금 보기엔 안 좋을 수 있겠지만, 가변석 철거 자리에 수익시설 등이 유치되면 경기장 기능과 수익성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