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이어 오산·포천 추진중
단체장 감시 위한 장치 불구
아무 제약 없어 부작용 우려


지방자치단체 행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주민들이 직접 단체장·지방의원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한 주민소환투표가 경기도내 곳곳에서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별다른 제약 없이 소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현 제도가 '주민참여 확대'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정치공세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도에서 주민소환투표가 추진되는 곳은 오산과 포천 2곳이다. 포천에선 성추행 후 금품으로 이를 무마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장원 시장의 소환을 위한 주민소환 공동대표단이 지난 11일 구성됐다.

오산에서도 시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이유로 곽상욱 시장에 대한 주민 소환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의왕에서 안양교도소 이전 문제로 김성제 시장에 대한 주민 소환 움직임이 있었지만, 투표 청구에 필요한 인원 수 만큼 서명을 받지 못해 무산됐다.

이처럼 도내 곳곳에서 주민소환이 추진될 수 있는 것은 특별한 제약 없이 누구나 어떤 부분에 대해서라도 소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현 제도 때문이다. 주민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진입 장벽을 낮게 한 것인데, 일각에서는 단체장에 대한 정치공세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산시 관계자는 "정말 시 재정이 파탄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단순히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게 소환의 이유가 될 수 있는 지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선 혈세낭비 가능성도 제기한다. 소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법행위 단속 등 각종 관리비용을 법적으로 지자체가 물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오산과 포천은 각각 2억4천만원과 2억3천만원을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납부했고, 의왕은 7천만원을 부담했다.

반면 '장벽'을 높일 경우 주민들의 참여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민소환투표는 현재 지자체에 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부분도 있다. 요건을 강화하면 제도의 취지가 퇴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도 "법에서 따로 요건을 명시하지 않은 건 주민들이 광범위하게 자신이 선출한 단체장을 감시토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실제 투표를 청구하기 위해 필요한 서명작업도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주민소환을 추진한 의왕시에선 서명 작업을 진행한 결과 25% 정도가 '무효' 서명이었다. 서명이 진행되는 해에 해당 지자체로 이사 온 주민은 서명 대상이 아닌데, 소환을 추진하는 쪽에서 이를 일일이 확인해 서명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태성·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