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수하물 대란으로 망신을 자초했던 인천공항이 이번에는 평범한 중국인 남녀 2명에게 보안이 뚫리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지난 21일 환승 대기 중이던 중국인들이 보안검색장을 뚫고 공항을 빠져 나갔다. 이들은 호놀룰루를 출발, 일본을 경유하는 항공기를 타고 20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다음 날 베이징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이들은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 숨어 있다가 출국장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뜯어내고 공항을 빠져나갔다가 25일 충남 천안에서 붙잡혔다.

모두 소설 같은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 것이 국내 최고 보안등급을 적용받는 국가 주요시설이며, 세계 최고 공항이라고 하는 인천공항에서 일어난 일이다. 더욱이 인천공항은 최근 파리 연쇄 테러, 러시아 여객기 폭탄테러, 터키 관광지 테러 등 보안에 대한 관심과 불안이 높아진 가운데 보안등급을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높인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이들이 아무런 제지없이 '국경'을 제 발로 걸어 나갔으니 할 말을 잃었다. 만일 이들이 불순분자거나 테러조직원이었다면 국가 안보를 흔들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끔찍한 일이었다. 이러고도 세계 1위 공항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한심할 뿐이다.

인천공항은 지난 3일 '수하물 대란'으로 큰 곤혹을 치렀다. 운송라인의 모터고장에 비상조치를 하지 않는 등 안이하게 대처해 비행기 159편이 늦게 출발하고 승객들의 짐 5천200개를 비행기에 실어 보내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기강해이가 부른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다. 당시에도 지적된 사항이지만 공석 중인 인천공항공사 사장 자리가 문제였다. 인천공항은 현재 사장 자리가 비어있다. 전 박완수 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사장이 없으니 조직의 기강이 해이해 졌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번 사고 역시 그런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일은 인천공항뿐 만이 아니라 법무부 출입국사무소와 공항공사, 항공사의 보안 실패 등 총체적 보안 부실이 빚은 사고다.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지난 수하물 사고보다 더 심각한 사태다. 관련자를 문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안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