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주인의식 갖고 정체성 확보' 하자는 취지
'재창조 할 가치' 무엇인지 자세한 설명 있어야
인천시는 300만 인구로 '국내 3대 도시'가 되는 올해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인천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찾아 발전시켜 나가는 '인천 가치 재창조사업'이 그 중심에 있다. 이 사업은 '우리는 인천'이라는 슬로건 아래 인천시가 갖고 있으면서도 가치를 간과했거나 과소평가한 것 중에서 시민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 미래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정복 시장은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은 시민이 인천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정체성을 제대로 확보하고자 하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유 시장은 이 사업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산하 10개 구·군을 연두 방문하면서 인천 가치 재창조를 주제로 한 주민 참여토론을 벌이고 있다. 각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함께 고민해 주제를 선정하고, 함께 그 주제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연두 방문에서 대부분 기초단체는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한 도시 발전을 지향점으로 삼았다. 가치재창조 사업의 주요한 과제로 '지역발전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곤 인천시에 지역개발 비용 지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치 재창조사업' 개념 이해에서부터 인천시와 기초단체 간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인천시민들은 아직 시가 제시한 '가치 재창조사업'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명확한 정의가 없는 사업이다 보니 누구도 '가치 재창조'를 주제로 얘기하려 들지 않는다. 이번 연두 방문의 토론회 자리가 논의의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창조 경제'라는 단어가 언론을 통해 무수히 언급됐지만 이 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박 대통령 취임 3년이 됐지만, 국민들 사이에서 '창조경제'라는 단어는 아직도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다. 어쩌면 국민들에게 '창조경제'는 의미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 그저 행정용어로 남을지도 모른다.
유 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가치를 재창조해 인천을 자랑스러운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초, 최고(最古)의 역사와 문화, 168개의 섬, 국제공항과 항만, 경제자유구역 등 인천시가 이미 가지고 있는 가치들에 대해 수없이 강조해 왔다. 그리곤 "이제는 무수한 가치를 가공하는 재창조의 실현이 우리의 몫"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천의 가치가 무엇인지 우선 알아야 하고, 재창조해야 할 가치들을 발굴해야 하는 작업이 '우리의 몫'이라고 한다면 먼저 시민들에게 자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 유 시장의 '가치 재창조'는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달리 시민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얘깃거리가 됐으면 좋겠다.
/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