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과 다르게 증세 자각 못해
이름 대신 '그거·저거' 자주 사용
약속 잊어버리고 같은 얘기 반복
'조기치료'가 중요… 완치도 가능
사회가 발전할수록 당면하는 두 가지 현상이 있다. 한 가지는 인구의 고령화이고 또 하나는 전통적인 가족 개념의 해체이다. 세계적인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생활수준은 높아졌지만 서로의 독립된 생활을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보편화됐다. 노인들이 자녀와 따로 사는 것도 일상화됐다.
이 같은 현상은 모두 치매와 관련 있다. 고령화는 치매의 주요 원인이고 노인 세대와 독거노인의 증가는 치매의 조기 발견을 어렵게 한다.
치매는 우리가 흔히 보는 건망증과는 다르다. 건망증이란 어떤 사실을 잊었더라도 누가 귀띔을 해 주면 금방 기억해 내는 현상으로 정상인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장애가 있는 환자는 힌트를 줘도 전혀 기억을 할 수 없으므로 정상인의 건망증과는 구별된다.
또 건망증의 경우 일반적으로 본인 스스로 기억 저하를 인정하고 메모를 하는 등 기억 저하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을 '병식(현재 자신이 병에 걸려 있다는 자각)'이 있다고 말하는데 치매환자와 구별되는 큰 차이점이다. 왜냐하면 치매환자는 병식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기억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치매를 의심할 수 있는 기본증상으로는 기억·언어장애, 시공간·계산능력저하, 성격 및 감정변화를 들 수 있다.
기억장애가 있는 경우 일반적으로 물건을 놓은 곳을 잘 찾지 못한다거나 전화번호나 약속을 기억하지 못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또 가스 불을 끄는 것을 잊고 자꾸 냄비를 태우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특히 과거에 잘하던 일들도 잊어버리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건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아서 그거, 저거 등의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동문서답이 많아지며 평소 읽기와 쓰기를 잘 하던 사람이 읽기, 쓰기가 잘 안 되는 등 언어장애를 보인다.
시공간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길 눈이 어두워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주차해 놓은 장소를 찾지 못해 헤매는가 하면 새 집으로 이사했는데 자꾸 옛날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는 경우도 있다.
현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치매는 원인에 따라 완치가 가능하기도 하다. 퇴행성치매도 조기에 발견하면 적절한 약물로 진행을 완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완치를 목표로 하는 많은 신약들도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곧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다. 이번 명절에는 치매 없는 건강하고 우아한 노년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부모님의 상태를 살펴 전조 증상 여부를 확인한다.
증세는 다양하다. 평소와 달리 기억력이 떨어졌거나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하고, 잘 하던 음식 맛이 변했을지도 모른다. 이들 증상이 있다면 부모님을 모시고 서둘러 가까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가천대 길병원 가천뇌건강센터 박기형 교수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과 적극적인 조기치료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노년의 시작" 이라고 말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