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서 여중생 백골상태 발견
유학파 목사父·계모 긴급체포
빗자루등 5시간 폭행 숨지게
"가출딸 설득하겠다" 거짓말도
계모동생 학대여부도 조사중
친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년 가까이 집안에 방치했던 인면수심의 독일 유학파 40대 목사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다. 딸을 숨지게 한 아버지 이모(48)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경찰서를 직접 찾아왔고 "가출한 딸을 잘 설득해 집으로 데려오겠다"며 태연하게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는 등 범행은폐를 시도했던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올 초 부천 원미구 초등학생 시신훼손·유기사건 이후 초·중학생 장기결석자 전수조사에 나선 경찰로부터 지난달 22일 장기미귀가자 부모상담을 위한 가정방문 요청을 받은 이씨는 "직접 경찰서에 가서 설명하겠다"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경찰이 자신의 집을 방문할 것이 두려웠던 이씨는 당일 부천소사경찰서를 찾아 행방불명이던 딸 이모(14)양에 대해 경찰과 30여분간 면담을 했다.
딸의 행방을 묻는 경찰에 이씨는 "1년 전 가출한 막내 딸로부터 연락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며 "연락이 되지 않는 막내 딸이 너무나 걱정돼 계속 딸의 행방을 찾으려고 여러 곳을 수소문하고 있다"면서 태연히 거짓말을 내뱉었다.
또 "가출한 딸과 곧 연락이 닿을 것 같은데 내가 잘 설득해 집으로 데려 오겠다"며 일말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은 채 좁혀 오는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이씨가 경찰서를 방문하기 나흘 전 숨진 이양의 친구로부터 "(이양이) 누구에게 맞은 것 처럼 자주 얼굴과 몸에 멍들어 다녔다"는 진술을 확보, 아동학대 정황을 파악했다.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급받은 경찰이 3일 오전 9시께 부천시 소사구 이씨의 집을 덮쳤을 당시 이양은 작은 방에 미라상태로 이불이 덮힌 채 방치돼 있었고 이양 근처에는 여러 개의 방향제가 놓여 있었다.
이씨와 계모 백모(40)씨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치사혐의로 긴급체포한 경찰은 이들 부부가 지난해 3월 17일 오전 7시부터 집에서 이양을 빗자루와 빨랫대 등으로 5시간 동안 폭행을 했고 이날 저녁 이양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이씨는 이양이 숨진 뒤 2주가 지나서야 소사지구대에 "딸이 17일에 집을 나갔다"고 미귀가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부모 모두 기도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집에 두었다고 진술했다"며 "진술의 진위와 신빙성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2년부터 이양과 동거를 하면서 폭행을 일삼은 백씨의 여동생(39)도 조사 중이다.
/이재규·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