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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설 연휴를 앞둔 4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은 해외여행을 가려는 출국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왼쪽), 수원시 팔달구 효원공원 무료급식소에는 노숙자, 독거노인 등이 한끼 점심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임순석·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대기업 '수백만원대 보너스'
홍콩등 외국행 주요노선 매진
연차붙여 9일연휴 성형수술도

취준생 "면목없어" 귀성포기
中企등 대체공휴일 '남얘기'
정상근무·떡값 안나와 한숨


민족 최대 명절인 설연휴가 최대 9일이나 되면서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미뤄뒀던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예년보다 부쩍 증가한 반면,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취업준비생들은 마음만 고향으로 향하는 등 희비가 뚜렷이 엇갈리고 있다.

오는 11~12일 이틀만 연차를 내면 9일간 황금연휴를 보낼 수 있다. 여기에 수백만원에서 1천만원이 넘는 설 보너스를 받게 된 대기업 직원들은 얼굴에서 웃음꽃이 가시지 않고 있다.

김모(46)씨는 성과급과 설 상여금까지 1천만원 이상 받아 지갑도 두둑해지면서 연휴동안 가족과 함께 태국여행을 준비했다. 이 기간 일본과 홍콩, 태국 등 단·중거리 주요 노선의 항공기표와 주요 도시의 현지 관광호텔 예약은 이미 매진된 상태다.

6일에 쌍꺼풀과 코 성형수술을 받을 예정인 김모(20·여)씨는 2개월 전에 서울 압구정동의 유명 성형외과에 수술을 예약해 뒀다. 김씨는 "연휴가 길다보니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수술 일정이 나오지 않을 뻔 했는데 겨우 예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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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설 연휴를 앞둔 4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은 해외여행을 가려는 출국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왼쪽), 수원시 팔달구 효원공원 무료급식소에는 노숙자, 독거노인 등이 한끼 점심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임순석·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반면, 공무원시험 준비생인 자취생 오모(29)씨는 고향인 춘천에 내려가지 않고 대학 도서관에서 연휴를 보낼 예정이다. 시험이 몇 달 남지 않은 것도 있지만 정작 오씨가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친척들을 만나는 자리가 가시방석으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오씨는 "3살 아래 여동생뿐만 아니라 사촌 형제들까지 모두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부모님뿐만 아니라 친척 어른께도 뵐 면목이 없어 아예 안내려 가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제조업 공장에 다니는 근로자들은 쉬고 싶어도 마음껏 쉬지 못하고 가족들만 고향으로 보내야 한다.

자동차부품 하위협력사 직원 맹모(34)씨는 회사가 설 당일만 빼고 정상근무키로 해 전남 무안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 뵐 수 없게 됐다. 명절 상여금도 없어 부모님께 용돈조차 드리지 못해 그저 죄송한 마음만 들고 있다.

평생교육기업 휴넷이 직장인 6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체공휴일에 대기업 근무자 92.7%가 쉰다고 응답했지만, 중소기업은 82.7%만 쉰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평균 설 상여금은 102만9천원으로 중소기업의 37만7천원보다 3배 높을 뿐만 아니라 올해 설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중소기업도 전년 대비 1.2% 줄면서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고 말했다.

/황준성·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