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안 돼 평소 사회에 불만을 품어 왔다." 지난 3일 오후 경찰에 붙잡힌 인천공항 폭발물 의심물체 설치 용의자 A(36)씨는 자신의 범행 동기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학원 졸업 학력에 전과도 없고 몇년 전 결혼해 갓 태어난 아기까지 있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사회 탓으로 돌리고, 불특정 다수에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일종의 반(反)사회적 행위로 분석하고 있다.

4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일 오후 11시 30분께 서울 구로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붙잡혔다. A씨는 경찰에서 "취업이 안돼 돈이 궁했고 짜증이 났다"며 "집에서 부탄가스 등을 이용해 폭발물 의심 물체를 만들었고 인천공항 화장실에 설치했다"고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그는 수도권에 소재한 모 대학 음악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병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는 테러 목적이나 공범 등이 없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전과가 없고 뚜렷한 범죄 동기도 없었던 A 씨의 경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건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 A씨는 인터넷이나 TV 뉴스 등 언론을 통해 자신의 기사를 모두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범행 후 도주 과정에서 PC 방에 들러 인터넷 뉴스 등을 검색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교수는 A씨가 살인이나 테러 같은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회 유형인 '은둔형 외톨이'라기 보다는 단순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폭발물 소동을 벌였을 것으로 분석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일종의 '분풀이 소동'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용의자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자세한 범행 동기와 공모자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청은 인천공항 화장실에 폭발물 의심 물체를 설치한 피의자 A 씨를 붙잡은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1반 김순천(49) 경위를 1계급 특진시켰다.

/차흥빈·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