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감된 9급 국가직공무원 공채에 지원자 22만 2천650명이나 몰려 화제다.

선발 인원을 작년보다 400명 넘게 늘렸는데도 경쟁률이 작년보다 상승한 54대 1을 기록했다. 지원자 수로는 역대 최대다.

공무원은 갈수록 얻기 어려운 정년보장 일자리라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공직이 더는 '박봉'의 대명사가 아니라는 점도 인기 폭발의 이유로 꼽힌다.

◇ 신입 9급 공무원 급여 연 2천500만∼2천600만원 수준

공직 계급에서 가장 낮은 9급 공무원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9일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기본급에 해당하는 '봉급'은 9급 1호봉이 134만6천400원이고, 9급 3호봉이 147만 6천500원이다. 여성 신입은 대체로 9급 1호봉, 병역을 마친 남성 신입은 9급 3호봉이다.

실제 신입 9급 공무원 월급은 130만∼140만원보다 많다. 각종 수당이 복잡하게 붙기 때문이다.

정액급식비(13만원), 직급보조비(10만 5천원), 정근수당(2년 미만 재직자는 월 봉급의 5%), 명절휴가비(봉급의 60%, 연2회) 등은 모두에게 적용된다.

시간외 수당은 시간당 7천830원을 받는데, 월 최대 57시간까지 쓸 수 있다.

연가를 다 소진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연가보상비도 받는다.

가족이 있으면 가족수당(배우자와 두 자녀 가정은 8만원)도 추가된다.

이러한 각종 수당을 합친 9급 1호봉의 세전 월급은, 작년 공무원연금 납부액을 근거로 산출했을 때 평균 199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연봉으로는 약 2천400만원꼴이다.

9급 3호봉은 2천500만원 선이다.

또 읍면동 공무원은 특수업무수당, 최대 월 7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맞춤형복지, 이른바 복지포인트는 가족 수나 소속 기관에 따라 연 50만∼100만원이 주어진다.

결국 9급 공무원의 초임 연급여는 2천500만∼2천600만원 수준으로 볼 수 있다.

◇ "기업서 임금 제대로 안 주니 공무원 택해"

작년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4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4년제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은 평균 3천491만원이다.

9급 공무원 초임보다 1년에 1천만원 가까이 더 많다.

그러나 경총의 조사에 포함된 주요 400여 기업에서 뽑는 정규직 일자리는 전체 취업준비생 중 극히 일부에게만 돌아간다.

이 단체가 최근 발표한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정규직 초임은 2천532만원으로 9급 공무원과 비슷하다.

중소기업 기간제 초임은 2천189만원으로 9급 공무원보다 적다.

고용 인원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많고, 기간제가 계속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9급 공무원 처우가 기업 신입사원에 견줘 전혀 나쁘지 않은 셈이다.

9급 국가직 경쟁률이 발표된 이달 1일 주요 인터넷 포털에는 "중소기업이 임금 제대로 주면 청년들이 왜 안 가겠나?"(아이디 'chic****') 등 공직의 처우가 중소기업보다 낫다는 글들이 잇따랐다.

무엇보다 정년이 확실히 보장되는 공무원의 안정성은 기업과 비교할 수 없다.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같은 일·가정 양립정책과 양성평등 인사정책은 특히 여성 지원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작년에 개혁이 단행되긴 했지만 공무원연금도 여전히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좋은 조건이다.

◇ 기업체 임원 될 나이에 9급 도전…일부선 갈등 요인

탁월한 안정성에 괜찮은 처우까지 보장되다 보니 40대 이상 중장년층 '공시족'도 늘고 있다.

이번 국가직 9급 공채에 40세 이상이 1만 713명 지원했다. 40대가 9천756명이고, 정년이 10년도 남지 않은 50세 이상도 957명이나 됐다.

올해 40세 이상 지원자는 2012년(4천446명)의 2.4배나 된다. 응시자 중 40세 이상의 비율도 2012년 2.8%에서 올해 4.8%로 늘었다.

민간 기업에서라면 임원이 될 나이에 9급 공무원에 도전하는 지원자들이 급증한 것이다.

연령 차별이 파괴되는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행정 현장에서는 중장년 9급 공무원으로 인한 갈등도 있다.

양홍주 행정자치부 지방인사제도과장은 "자치단체 하위직은 휴일에도 자연재해 수습 현장 등에 투입되기 일쑤인데 '50대 9급 공무원에게 갑작스러운 업무지시를 내리기가 불편하다'거나 '지나치게 나이가 많은 부하직원은 업무효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식의 얘기들이 더러 나온다"고 전했다.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일하겠다는 각오로 공직에 입문했지만 막상 장유유서 문화가 뿌리깊은 우리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늦깎이 공무원들이 일부 있다는 것이다.

양 과장은 "나이와 직급의 불일치로 인한 갈등이나 업무효율 저하는 연령제한이 철폐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면서 "심각한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