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들 저러는데"서 "심상찮네"로 여론 급선회
군사분계선·접경지역 주민들 '살얼음판'
개성공단 예고된 재앙에 정부 무대책 마음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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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사회부장
모 종편 방송에 '이만갑(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탈북 동포들을 불러놓고 북한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자신들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대한민국과의 이질성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를 보여주는 게 주 내용이다. 출연자 중에는 꽤 오래전 탈북한 사람부터 하나원을 갓 출소한 풋내기 탈북자, 전문가 집단에서 일했던 석학에서부터 탈영한 귀순병에 이르기까지 출신 성분도 다양하다. 북한의 실상이 어떠한지를 코믹풍으로 알려주며 북한 주민들의 고달픈 삶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설 연휴에 맞춰 북한이 인공위성 실험을 포장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국제사회를 경악케 했다. 정작 국민 대다수 첫 반응은 "북한이 뭘 또 쏘았데. 도대체 왜들 저런데"하는 식으로 시큰둥했다. 여태껏 그랬듯이 "북한이 돈이 또 궁한가 보지"하며 어린아이 젖달라고 보챈다는 정도의 인식이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우리 국민의 안보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은 초강력 대북제재법안을 상·하원에서 전례 없는 속전속결로 통과시키고 일본 또한 조총련 등의 대북송금 원천봉쇄 등 긴급한 대응을 보였다. 앞서 정부가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이라는 최후의 대북제재 카드를 꺼낸 이후 미국과 일본의 북한 압박 수위와 속도가 빨라진 건 사실이다.

국민들도 이제서야 "이거 심상찮네. 전쟁이라도 나는 것 아닌가?"하며 극도의 민감한 반응으로 급선회했다. 북한도 개성공단 전면폐쇄, 군사보호구역선포, 개성공단 내 모든 자산 동결, 개성공단 남측근로자 전원추방 등 초강수 대응에 이어 6·15남북공동선언 파기 등 사실상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강대강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불과 1주일만에 벌어진 일들이다. 군사분계선 주변은 이미 남북한 모두 전시상황에 대비한 전운이 감도는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특히 경기도와 인천시는 북한과 직접 대치하고 있는 곳이기에 서해 5도민들은 물론 경기북부 주민들의 긴장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중단선언에 납품예정인 완·부자재조차 가져오지 못해 파산위기에 직면했다. 경기도 38개, 인천시 16개 기업을 포함해 124개 업체가 같은 처지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불가항력적인 안보위기 상황에서 벌어진 조치로 피해기업들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전액을 보상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못 박았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밖에 없는 정부 입장을 이해해달라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가동된 지 올해로 13년째다. 그동안 크고 작은 실랑이로 간헐적 중단 사태가 10여 차례 이어졌고 지난 2013년에는 무려 5개월동안 중단된 전례도 있다. 남북경제협력의 상징 아이콘으로 설립된 개성공단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언제든 북한의 태도변화로 입주기업들에 막대한 피해가 닥칠 수 있다는 건 상식수준이다. 그런데도 여태껏 공단이 폐쇄될 경우 우리 기업들의 피해 및 보상 등에 관한 위기관리대응 매뉴얼조차 만들어 놓지 않은 책임은 분명 정부에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적지에 들어가 돈을 벌어오는 입주기업인들은 예고된 재앙에 정부가 그동안 손 놓고 있었다는 것에 더 마음이 아프고 속상한 것이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개별적인 언론 노출에 극도로 민감하다. 자칫 자신들의 말 한마디가 행여 국가에 해가 될까 노심초사하고 북으로 들어가 일을 해야 하는 특수 신분인 탓에 북한이 자신들의 말과 행동을 문제 삼을까 봐 극도의 조심을 해온 습관 때문일게다. 내부결속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만큼 소는 잃었어도 지금이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김성규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