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통로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42번 국도를 횡단해 수원 청명산과 용인 흥덕지구를 잇는 생태통로 건설사업이 시민들을 위한 산책로로 바뀌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총 사업비 100억원을 투입해 길이 73m, 폭 15m로 건설 중인 흥덕 생태통로.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수원 청명산~용인 흥덕지구
동물 이동량 미미·과비용탓
사업 중단·표류 끝 6월 준공
"보행가능 산책로 전락" 지적


용인 흥덕지구의 생태통로가 야생동물이 아닌 인근 주민들을 위한 '100억 원짜리 호화 산책로'로 둔갑하고 있다. 15일 경기도와 LH경기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도의 광역녹지축 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흥덕지구 생태통로는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814의 6 일원 42번 국도 위를 가로질러 수원 청명산~용인 흥덕지구를 잇는다.

광역녹지축은 도로로 단절된 수원 청명산(흥덕지구)~광교산~의왕 청계산 20㎞ 구간내 녹지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흥덕지구 생태통로는 길이 73m·폭 15m, 사업비는 100억 원 규모로 오는 6월 준공 예정이다. 현재 LH가 시행중인데 준공 이후에는 보존·관리책임이 용인시로 이관된다.

하지만 100억 원 짜리 생태통로의 기능이 인근 청명산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이동로 보다는 사실상 주민들의 산책로로 바뀌면서 뒤늦게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생태통로 공사현장 인근의 보행로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청명산으로의 왕래가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앞서 2008년 생태통로 사업계획 당시 야생동물의 이동량이 거의 없다는 이유와 과다한 비용문제 등으로 사업이 일시 중단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당초 계획됐던 폭 50m의 생태통로는 지금의 15m로 줄어 들었고, 사업비 역시 최초 30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축소된 바 있다.

게다가 지난 2010년 10월에는 LH가 재무여건상 생태통로 공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며 도에 통보해 사업이 7년 가까이 표류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하며 생태통로는 지난해 3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올해 상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야생동물의 이동목적은 유명무실해 지고 주민들을 위한 산책로 역할로 전락하게 됐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도내 설치된 59개의 생태통로 중 25개(42.3%)가 본래의 야생동물 이동목적 역할을 하지 못한 만큼, 흥덕 생태통로 역시 타당성 재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설치 이후에도 생태통로가 제 역할을 하는지 CCTV 등을 활용해 실태조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계획 당시 흥덕 생태통로의 야생동물 이동량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시민들을 위한 산책로가 우선이 되면서 사업 규모가 축소된 것은 사실"이라며, 과도한 사업비에 대해서는 "순수공사비는 60억~70억 원 정도고 만약을 대비해 총 사업비를 100억 원으로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정표·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