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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혁신도시 전경(왼쪽)과 풍력단지 /한국전력 제공

신재생 에너지 자원 효율적 활용 '미래 국가 경쟁력' 좌우
기업 77곳 투자협약 성과… 한전 경기본부 13곳 유치 '으뜸'
전력기술·지능형 전력망등 접목 '산업생태계 新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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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에너지가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제6의 물결' 시대로 접어들었다. 제5의 물결인 정보통신기술(ICT)이 그간의 세계 경제를 이끌었다면 미래는 탄소 배출이 없는 신재생 에너지 등 한정자원을 이용한 효율적 활용 정도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학계는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불행하게도 아직은 에너지 빈국 수준이다.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9위지만 자원이 없어 전체 에너지원 가운데 9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미래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신재생 에너지 생산량은 OECD 가입국 가운데 꼴찌인 2%에 불과하다.

미래 국가 경쟁력 제고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 관리와 자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한국전력은 이 같은 고민 끝에 효율적 에너지 사용의 관건이 될 에너지 신사업의 영역을 새로 개척해 나가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 행보가 한전 본사가 위치한 나주 혁신도시 내에 '빛가람 에너지 밸리' 조성사업.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 확보는 물론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가 가능한 에너지 강국으로의 도약을 상징하고 있다. 바꿔 말해 기술 집약을 통해 특별한 자원이 없어도 에너지 창출이 가능한 역사적 상징의 장(場)으로 분명한 가치를 띠고 있다.

# 한겨울에도 열기가 식지 않는 '빛가람 에너지 밸리'를 가다

눈과 비가 섞여 내리는 지난달 28일 전라남도 나주시 혁신도시에 위치한 '빛가람 에너지 밸리'는 황량한 가운데 건설 비수기임에도 공사의 열기로 가득했다. 공사장 망치질 소리, 자재를 실은 트럭의 둔탁한 엔진 소리, 대형 크레인의 작동 소리 등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이런 강추위와 궂은 날씨에도 현장 생동감이 전해주는 온기는 제법 따뜻했다. 허허벌판이던 나주가 한국전력 본사 등 굵직한 공기업이 둥지를 틀면서 2년 만에 어느덧 신도시로서의 모습을 제법 갖춰 가고 있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지난 2014년 12월 서울 삼성동의 본사를 전남 나주 혁신도시로 옮긴 한국전력이 본사 이전 전부터 국내 에너지 기술의 수출과 더불어 수도권과 지방간 경제 격차가 벌어지는 악순환을 끊고자 에너지 실리콘 밸리인 '빛가람 에너지 밸리' 등을 조성하고 실천에 옮긴 결과다.

한국전력은 균형 발전을 위해 단순히 본사 이전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이곳에 기업을 유치·육성하는 방식으로 대·중·소기업 협력 및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자 했다.

그 결과 에너지밸리는 조성 1년여 만인 지난해 기업 유치 목표인 50개를 초과해 총 77개사와 에너지 밸리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이뤄냈다.

이중 한국전력 경기지역본부는 전국의 본부 가운데 가장 많은 13개 기업을 유치해 에너지밸리 사업이 자리 잡는데 상당 부분 역할을 했다. 에너지밸리 조성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며 지역민들에게 꿈과 희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지역 곳곳의 식당과 편의점 등 인근 상가는 갑자기 밀려드는 손님에 침체된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택시 기사들도 최근 나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 이용량이 지난해 전년대비 50% 이상 늘었다며 미소를 띠었다.

나주에서 느낀 분위기는 공기업의 본격 지방 이전 시작 이후 빠른 변화에 거리 곳곳에서 넘쳐나는 생동감을 보여주고 있다.

# 제6의 물결 주도할 '빛가람 에너지 밸리', 새로운 산업 생태계 형성 목표

빛가람 에너지 밸리는 전세계 ICT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본떠 만든 에너지 전문 산학단지다.

전력기술 기반에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와 더불어 에너지 저장 장치(ESS),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서 소비하는 소규모 지능형 전력망인 '마이크로 그리드', 전기차 등 미래 유망 신기술을 접목하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 생태계 형성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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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혁신도시 전경 /한국전력 제공

오는 2020년 완공인 만큼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애플·구글·인텔 등 내로라하는 ICT 기업들이 탄생하고 성장한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의 천국 실리콘 밸리와 같이 에너지 분야 만큼은 전세계 아이콘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조성되고 있다.

실리콘 밸리가 제5의 물결인 글로벌 ICT 산업을 이끌었다면, 제6의 물결 시대에서는 빛가람 에너지 밸리가 전세계 에너지 신산업을 주도했으면 하는 바람이 깃들어있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빛가람 에너지 밸리의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 한전KDN, 한전KPS 등 그룹사는 물론 연구소, 협력단체를 유치해 오는 2020년까지 500개 기업 유치와 1천여명의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2천억원에 달하는 중소기업 육성 자금을 만들어 강소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며, 에너지 밸리 센터를 구축해 에너지 연구 개발·스타트업 보육·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이전의 산업 시대에서는 한국은 주도 하기보다는 따라가는 입장이었다"며 "에너지 시대에서는 우리는 얼마든지 먼저 뻗어 나갈 수 있다. 한국전력을 통해 한국이 전세계 에너지 산업 시장을 이끄는 주축이 되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와 융복합 사업 합심
LG CNS·GE코리아 등
스마트플랫폼 조성 공감

# 에너지 밸리 조성, 순조로운 스타트


현재 에너지 밸리 조성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너지·IT 융복합사업에도 속도가 붙는 등 나주 이전 효과가 실제 나타나는 분위기다.

한국전력은 롱텀에볼루션(LTE)을 기반으로 전력과 통신이 결합된 지능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KT 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TE 활용 지능형 전력계량 인프라(AMI) 구축,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전력+통신 빅데이터 융합 연구개발, 글로벌 마이크로 에너지 그리드 등의 에너지·통신 융복합 4대 신사업이 향후 에너지밸리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 유치 역시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지난해 합격점을 넘어섰다. 협약을 맺은 기업은 LG CNS, 일진전기, 세방전지 등 대기업을 비롯한 외국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연구소 기업 등 총 77개사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이로 인해 아직 집계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만 총 4천261억원의 투자와 3천여명의 고용이 창출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투자협약을 체결한 기업 중 70%가 에너지 신산업 분야를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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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단지 /한국전력 제공

이는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에너지 밸리 조성 전략과 일치한다.

먼저 LG CNS는 지능형 전력계량 인프라(AMI)를 중심으로 스마트 그리드 제조설비를 구축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력변환장치(PCS) 등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서 단계적으로 협력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밸리 조성 핵심에는 경기본부의 역할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있다.

경기본부가 유치한 인텍전기전자는 그동안 주력했던 배전시장뿐만 아니라 변전과 전기철도, 원자력 전력기기 시장 공략에 매진할 예정이다.

세방전지는 ESS 및 최첨단 고농도의 2차 전지제조 생산에 나서며,일진전기(주)는 HVDC(고전압 직류송전)와 전력ICT 연구센터를 구축, 에너지 신산업 분야의 기술개발에 나선다.

외국계 기업으로는 GE코리아와 한국알프스가 동참했다. GE코리아는 'GE빛가람센터'(가칭)를 개설해 차세대 사물인터넷(IoT)과 직류송전 시스템(HVDC) 등에 투자를,한국알프스는 IoT와 센서를 활용한 설비진단시스템과 무선 모바일 통신장비 등을 제조한다.

한국전력은 이와는 별도로 전남대학교 연구소 기업인 '에너지 플래닛'의 기술개발및 해외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연구소 기업의 성공모델 육성에도 나선다.

전력기업·대학인재 지원
'지역 중심' 경쟁력 강화
혁신도시 '롤모델' 부각

# 지방 이전 공기업 롤모델 한국전력


한국전력은 지역 중심의 에너지 밸리 조성과 함께 세계 진출도 계획 중이다. 본사 이전 직후 한국전력은 바로 빛가람 에너지 밸리를 개척과 동시에 '글로컬(Glocal)' 기업으로서의 도약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글로컬이란 한국전력이 세운 중장기 계획으로, 글로벌(Global)과 지방(Local)의 의미를 더한 축약어다. 지방을 중심으로 세계 경쟁력을 구축하겠다는 목표가 담겨있다.

한국전력은 7개의 해외 지사와 15개의 해외 법인에서 전세계 18개국을 상대로 31개 에너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같이 가는 길, 가치 있는 길'이라는 슬로건 아래 '2015 빛가람 동반성장 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이 페스티벌에는 한국전력 임직원을 비롯해 전력산업 기업, 지역민 등 1만여 명이 참여했으며, 200여개의 전력 기자재 부스와 연구기관 부스 등을 통해 기술 이전 및 R&D 구매가 이뤄졌다.

7개국 12명의 해외 바이어와 에너지 밸리 1호 기업인 보성파워텍 등 10개 기업 간의 수출계약식도 진행됐다.

기대됐던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자리를 순조롭게 잡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3월 전남대, 조선대, GIST, 동신대, 목포대, 순천대, 호남대 등과 '지역 인재 양성 및 R&D MOU'를 체결해 지역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빛가람 에너지 밸리를 '대한민국 전력수도'를 넘어 세계적인 에너지 밸트 조성의 중심축으로 만들 생각"이라며 "전문 인력 양성 등을 통해 산업·경제·문화 전반이 융성하는 선순환 구축으로 에너지 밸리를 전국 혁신도시의 롤모델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