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구획정 미룬채 후보 공천기준 놓고 난장
유권자 선택희망 없으니 구태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한국정치, 위험한 존재로 진화중이란 두려움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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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문화부장
4월 13일 20대 총선까지는 불과 1달 20여일 남짓이니 바야흐로 총선국면이다. 하지만 선거판은 깜깜하다. 남북 긴장상황이 간단치 않고, 선거판 자체도 불투명하다. 여야는 선거구획정은 미룬채 총선후보 공천기준을 둘러싸고 난장을 벌이고 있다. 유권자들은 정당의 후보와 공약을 찬찬히 들여다 볼 새도 없이 투표장에 나가야 할 판이다. 더 큰 걱정은 이번 총선이 신념의 야합 대 패권의 폐단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점이다. 유권자가 선택할 '희망'이 안 보인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공천권을 장악하는 원톱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야권의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도 그의 처분만 따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더민주의 공천권이 김종인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집약된 만큼이나, 정국을 바라보는 내부의 신념은 갈래갈래 흩어지고 꼬이고 있으니 기괴하다.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놓고 김 대표와 문 전대표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김 대표가 전방을 찾아 '북한체제 궤멸'을 거론하자 당 대변인실은 괴멸과 궤멸의 낱말풀이까지 해가며 용어를 변경했다 확정하는 소동을 벌였다.

김 대표의 우클릭 발언에 문 전대표를 비롯해 이종걸 원내대표, 정청래 의원 등 더민주 핵심 구성원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정적인 저항은 없다. 오히려 납작 엎드린 형국이다. 김 대표의 합리적인 정세판단이나 반우향우 발언이 합리적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선거공학을 인정하기 때문인 듯 하다. 더민주 지도부는 김 대표처럼 말할 수 없다. 정체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당 내분으로 비화된다. 선거를 위해서는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야 하는데 자신들은 할 수 없으니, 김 대표에게 청부한 형국이다. 청부 기간이 끝나면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더민주에 합리와 이성을 이식시켜 자신의 정치·경제 철학을 실현시킬 생각일 테지만, 선거후를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더민주 핵심 지도부 입장에서 김 대표는 신의 한 수, 한번 쓸 패에 불과할 수 있다.

국민의당은 더욱 가관이다. 친노세력의 패권에 저항해 패권정치 청산을 강조하며 창당한 국민의당이 보여주는 신념의 야합은 더욱 자심하다. 패권 지양을 강조하면서 천정배, 정동영 전의원과 손잡고 호남패권을 지향하는 행보는 신선했던 안철수의 이미지와 상충한다. 햇볕정책을 실패로 규정한 이상돈과 대표적인 옹호론자인 정동영이 한배에 올랐으니 대북정책은 모호해졌다. 안철수 대망론을 위한 다른 신념들의 모호한 동거는 한시적이라 봐야 한다.

새누리당도 문제다. 일여다야(一與多野) 필승론 때문인가, 공천 갈등의 수준이 원색적이고 천박하다. 겉으로는 상향식 공천과 전략공천의 충돌로 보이나, 실상은 패권을 지키려는 세력과 패권을 세우려는 세력간의 이전투구이니 원색적이다. 친박계의 공천기준이 비박과 곁박을 뽑아내고 진박을 이식하자는 수준이고, 비박의 공천기준은 현역을 살리자는 것이니 천박하다. 어떻게 대통령과의 친소가 공천 기준이 될 수 있는건지, 그걸 태연히 떠들어도 되는건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은 영원히 패권을 유지하고 주도할 것이라는 착각속에 시대정신과 결별 중이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절대권력이라 오판한 탓이다.

야당들이 자초한 신념의 야합과 여당이 키워 온 패권의 폐단이 충돌하니, 유권자의 선택기준도 구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선택할 신념과 희망이 없으니 지연, 학연이라는 구시대의 기준과 계층과 세대별로 대립하는 양상에 기대야 할 판이다. 한국정치가 한국을 위협하는 그 어떤 세력보다 점점 한국에 위험한 존재로 진화중이라는 두려움이 커지는 요즈음이다.

/윤인수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