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가 문을 연 지 꼭 열흘 지났지만 선거구획정 처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답답하다 못해 한심할 지경이다. 정말 이래도 되는가 싶다. 19대 국회가 무엇을 믿고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도대체 국가를 생각하는 것인지 국민을 생각하는 것인지 울화가 치민다는 국민들이 많다. 20대 총선을 겨우 50여일 남겨두고도 선거구획정과 쟁점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은 테러방지법, 서비스발전법, 노동개혁 4개법 중 파견법 등 쟁점법안을 선거구획정과 연계처리 하려 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쟁점 법안과 연계처리'를 내세우고 있는 반면, 야당측은 '테러방지법'이 국정원의 정보수집권 부여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선거구획정과 북한인권법부터 먼저 처리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오는 24일 15만명에 이르는 재외선거인 명부작성을 개시하기 위해서는 23일까지는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불발될 경우 재외국민 선거명부 작성을 포함한 전반적인 총선 일정이 틀어지고, 여기에 맞물려 여야의 당내 경선을 비롯한 공천 작업도 차질을 빚으면서 일대 혼란이 일어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정의화 국회의장조차도 지난 19일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제가 볼 때는 23일을 지나면 4·13 총선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을 정도다.

선거구획정을 막판까지 끌고 온 걸 보면 19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인 것은 틀림 없는 것 같다. 선거구획정이 늦어지면서 수원을 비롯해 선거구가 늘어나는 지역의 경우,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에 어떤 후보들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은 물론 이미 정치 신인들은 심각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자칫 선거가 끝난 후 법적 분쟁이 봇물을 이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태는 여야는 물론 우리 모두의 책임이 크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우습게 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큰 잘못을 저질러도 국민들이 지연·혈연·학연에 휩쓸려 다시 국회의원으로 뽑아주는 우를 범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국민을 두려워하게 이번 선거에서 본때를 보여주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