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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지역사회부(고양)
한 아버지가 있었다. 동네에서 두 번째 많은 대식구를 거느려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가장이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랐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며 정부에서 산아제한이 한창일 때 마련한 노후 주택이 문제였다. 누울 공간이 없어 자녀들은 골방에 다닥다닥 붙어 지내는데 아버지는 개의치 않았다. 새로운 식구가 생길 때마다 아직 출가하지도 않은 자녀들이 집 밖으로 내쫓겨야 했다. 아버지로서는 필요할 때마다 불러들이면 그만이었다.

한번 두번 이 집을 드나든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아니 저 집은 빚도 다 갚았다고 떠벌리고 다니면서 마당에 건물을 하나 짓든 이사를 가든 해야지, 식구는 계속 늘어나는데 부모들만 넓은 방 차지하고 아이들이 무슨 죄람."

애석하게도 자녀들은 힘이 없었고, 아버지가 결정해주기만을 넋 놓고 기다리고 있다. 고양시 얘기다.

경기북부 경제·문화 중심도시인 고양시가 1983년 20여만명이 거주하던 옛 고양군 시절의 낡고 비좁은 청사를 고집해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과(課) 단위 부서들이 본청 밖 7개 건물에 이합집산 떠돌게 돼 원활한 행정을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청 주변에서는 공무원들이 결재판을 들고 오가는 촌극이 심심찮게 연출되고, 직원들은 골목에 차량을 대놓고 종일 마음을 졸여야 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문한 젊은 공무원들의 사기가 특히 어떨지 짐작이 간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시민들의 불편이다. 민원 하나를 해결하려고 악천후에 주택가를 빙글빙글 돌다 보면 '100만 행복도시'가 무색해진다.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은 교통사고 위험에도 쉽게 노출된다.

고양시장은 입을 다물고 있다. 청사 문제를 공감하는지, 해결할 생각이 있는지 직원들은 알 길이 없다. 이를 언급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한다. 열쇠는 오직 최성 시장만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정치를 표방하며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온 최 시장이 청사 문제는 이토록 가부장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만약, 일부 지자체가 과거 호화청사 논란에 휩싸인 사례를 우려하는 것이라면 이제 염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불과 9년 전 호화청사를 세웠다며 두들겨 맞은 성남시도 최근 청사공간이 부족해져 대통령직속기구를 외부로 내보냈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고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