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본전(本傳)이면 흥행에 참패했을 것."
흥행몰이 중인 영화 '검사외전'의 수원지방검찰청 고위검사(차장)는 정치적 야망에 후배 검사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고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사건의 실체를 뒤바꿔 시쳇말로 '말아 먹기'도 한다.
또 외전의 검사는 체포영장도 없이 사람을 잡아오라고 수사관에게 명령하는가 하면, 체포된 범죄 피의자를 밤새 조사실에 방치한다. 이 피의자는 변사체로 발견된다. 또 재판과정에서 법원의 업무인 증인소환을 하기까지 한다.
시대의 권력과 비리라는 주제를 영화적으로 풀어낸 픽션이지만 영화밖 실제 수원지검 검사들은 억울해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최근 검찰 내부망에 '영화 검사외전에서 만난 검찰, 그리고 다시 쓰는 검사본전'이라는 글이 올라올 정도다.
수원지검 영화동호회 회원이기도 한 검사는 감상평에서 "내가 매일 결재를 받는 수원지검 차장은 퇴근시간까지 결재가 계속될 때면 연일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신다"며 "이 모습이 안타까워 같이 식사를 하시겠느냐고 여쭤보면 '아니야, 내가 원래 김밥을 좋아해'하고 호탕하게 웃으신 후 다시 수천페이지의 (수사)기록으로 눈길을 돌리신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가 부족해 죄질이 나쁜 피의자의 범행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날에는 '검사로서 부끄럽지 않느냐'고 불호령을 내린다"고 글을 이었다.
현실에서는 형사소송법상 체포영장 없이 호통으로 사람을 체포할 수 없고,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영상녹화조사제도가 활용된다는 게 이 검사의 설명이다.
매일 수십 건씩 쏟아지는 사건 속에서 증거 하나라도 놓칠까 자정을 넘겨 퇴근하기 일쑤인 게 '검사본전'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수원지검의 한 관계자는 "검찰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왜곡될까 걱정도 되지만 정의라는 검사의 사명을 더욱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기자 kmw@kyeongin.com
'검사本전'은 김밥끼니·자정 퇴근
영화 '검사외전' 흥행에 수원지검 "현실과 달라 억울"
입력 2016-02-23 21:35
수정 2016-02-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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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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