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고위직의 친조카가 운영하는 인천 A약국에 처방전을 몰아준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부천 B의료법인(경인일보 2월 23일자 23면 보도)이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을 위탁 운영할 때 규정보다 광범위하게 병원비를 감면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에게만 적용하도록 돼 있는 감면 규정을 넘어서 협약기관 관계자 등에게까지 병원비를 감면해줬는데, 이는 의료법상 환자유인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경인일보가 부천시의회 김관수 의원을 통해 입수한 '노인전문병원 입원(입소)자에 대한 병원비 감면 현황(2010~2015년)'을 보면 B의료법인이 위탁 기간 병원비 감면은 902건에 5천776만원이다.

부천의 한 직원가족은 지난 2013년 14차례에 걸쳐 407만원을 감면받았고, 앞서 2011년에는 한 해 26차례에 걸쳐 진료비 감면이 이뤄진 기록도 있었다. 감액사유로 '직원 가족', '협약 기관', '보훈(대상자)' 등이 명시돼 있는데 이는 규정상 적용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B의료법인의 노인전문병원 '진료비 감면 규정'에 따르면 진료비 인하 대상자는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과 직원의 직계가족, 배우자의 부모, 친정 부모다. 직원가족 이외의 감면 환자 중에는 주소가 전남 진도, 무안, 충남 서천 등 원거리로 돼 있는 이들도 있었다. B의료법인이 보훈 대상자의 병원비를 감면해 준 것은 의료법 위반 소지가 높다.

보훈 대상자는 원칙적으로 보훈병원이나 국가보훈처가 지정한 위탁병원에서만 병원비를 감면받을 수 있는데, 시립노인전문병원은 위탁병원도 아니었다.

경기도 안산과 인천 시립노인병원 등을 비롯한 시립병원 상당수는 '의료법 저촉 우려' 때문에 감면 규정을 따로 두지 않고 저소득층에 대한 '진료 우선권' 정도를 보장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의 진료비 감면은 사실상 환자 유인 행위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의료법인 관계자는 "우리는 규정대로 하고 있다. 감사를 자주 했고, (그 때마다) 규정을 바꿨다"며 진료비 부당 감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이날 부천시는 B의료법인을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위반 혐의로 부천오정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B의료법인은 시립노인전문병원, 요양원, 재가노인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계약이 지난 해 말 종료됐지만 인수인계를 거부하고 있고, 부천시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재규·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