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군 보유 토지·재정·인력
민간기업 창의력 만나 '시너지'
카셰어링·물건·지식나눔 넘어
'경기'브랜드 공공인프라 마련
중소기업과 상생의 경제 '시동'

이에 남지사는 즉석에서 "(이와 관련해 대통령께서) 도와주실 일이 있다"며 부탁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까지 이렇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공유적 시장경제가 도대체 뭘까?
# 오픈 플랫폼에서 진화한 공유적 시장경제
'공유적시장경제'라는 표현은 남경필 지사를 보좌하는 정무특보들과 대학교수,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들의 회의를 통해 만들어진 말이다.
아직 완전히 정착된 표현은 아니며, 향후에 수정될 여지도 있다. 공유적 시장경제를 간단히 정의하면 미국식 경제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토지나 건물 등 공공인프라를 경기도가 제공하고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들이 이를 공유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 뒤 궁극적으로는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간 남지사의 행보를 살펴봐야 한다. 남지사는 지난해 11월 향후 도정 운영방향에 대해 '오픈 플랫폼(Open platform) '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경기도 공무원 대상 특강과 경기도의회 시정연설을 통해 오픈 플랫폼을 강조한 것이다.
원래 오픈 플랫폼은 IT 업계에서 주로 쓰는 말로 컴퓨터 시스템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원천 소스를 무료로 공유하고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가 이를 기반으로 보완, 발전시켜서 더 좋은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일종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세계 최대의 동영상 채널인 유튜브나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안드로이드 OS 등을 들 수 있다.
남지사는 "청년실업,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정치 갈등 등 한계에 봉착한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두면 대한민국은 천천히 뜨거워지는 물 안에서 죽어가는 개구리가 될 것"이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경기도가 먼저 변화해야 한다. 변화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오픈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한 구체적 지원방안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공공물류·유통센터 조성, 양질의 도내 농산물과 중소기업 제품을 엄선 판매할 수 있는 매장, 수수료가 제로에 가까운 결제시스템 등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2개월 뒤인 올해 1월 '2016년 시장·군수 신년인사회'에서 남지사는 올해 도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면서 31개 시군과 함께 '공유적 시장경제'를 경기도에서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도와 시군이 보유한 토지, 재정, 인력과 민간기업의 창의력을 묶은 새로운 경제모델인 공유적 시장경제를 경기도에서 시작할 것이다. 공유적 시장경제의 태동에 함께 협력해 달라"며 "공유적 시장경제는 모든 것을 열고 함께 공유하는 오픈 플랫폼이다.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도내 중소기업, 소상공인,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경쟁하고 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이라는 '키높이 구두'를 선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결국 남지사가 말하는 공유적 시장경제는 오픈 플랫폼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임을 알 수 있고, 최근에는 오픈 플랫폼이라는 표현 대신 공유적 시장경제라는 표현만 사용하는 것으로 미뤄 향후 도의 경제 정책은 공유적 시장경제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 공유경제와 공유적 시장경제
사실 현재까지만 보면 남지사가 표방하는 공유적 시장경제는 시중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공유경제'와 그 개념이 비슷하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용어는 2008년 하버드 대 로스쿨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의 저서 '리믹스(Remix)'에서 최초로 사용됐다.
레식 교수는 저작권 법률 때문에 창작 의욕이 저해된다며 '디지털 정보 공유 운동'을 펼쳤는데, 이후 저작권뿐만 아니라 모든 재화에 대해서 소유 대신 상호 대여를 통해 새로운 경제 활동이 가능한 사회운동으로 발전됐다.
레식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인터넷 지식 공유 사이트 '위키피디아'를 소개하며 이를 공유경제 사례로 설명했다. 위키피디아가 집단지성을 활용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보다 방대한 지식을 쌓고 있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위키피디아가 누구의 소유인가 물어보면 위키피디아 참여자 누구도 소유권을 주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유경제에서 거래되는 모든 재화는 특정인의 소유도 아니고, 화폐 같은 경제적인 도구만으로 거래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공유경제는 새로운 유형의 생태계라고 볼 수 있다. 레식 교수는 경제를 상업경제와 공유경제로 구분하면서 상업경제는 돈과 노동,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작동하는 경제를 뜻하며, 반대로 공유경제는 거래되는 물품이나 서비스가 누구의 것도 아닌 것을 말하는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 소비를 기초로 한 경제라고 정의했다.
공유경제의 서비스 유형은 재화나 상품의 단기 임대 및 대여, 재화의 재활용 및 재분배, 지식과 투자의 공유 등으로 나눠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 된다.
첫째, 고용되거나 공유된 차량의 운전기사와 승객을 모바일 앱을 통해 중계하는 우버(Uber) 택시나 자신의 주거지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엔비 (Airbnb) 같이 재화나 상품을 단기 임대, 대여하는 방식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인 빨래방이나 최근 전국 지자체에서 도입되고 있는 카 셰어링 (car sharing)도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물물 교환 및 중고거래를 통해 기존 재화를 재활용하거나 재분배해서 장기적으로 재화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의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포인트로 물품을 구매하는 것, 벼룩시장을 통해 액세서리, 옷, 책, 장난감, 게임 등 비슷한 물품을 교환하는 것, 값어치가 비슷한 다른 물품과 교환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셋째, 위키피디아나 클라우드 펀딩 같은 지식과 투자의 공유 방식으로 제품 생산 시 아이디어를 협력하거나 자금을 협조하는 등 선택적으로 공유 및 협업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무실 공유, 물품 교환, 과제와 시간 공유, 정원 공유, 기술 교환, 음식 나눔, 주차장 공유, P2P 대출사이트, 여행 관련 공유 등이 이러한 형태에 해당한다.
경기도가 밀고 있는 공유적 시장경제는 공유경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면서 한 단계 응용한 것으로, 공공인프라를 도가 구축하고 중소 기업 및 상공인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생의 경제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경기도'라는 브랜드로 공유 물류센터를 구축하자는 '경기도주식회사', 규제를 철폐하고 국제적 기준 적용으로 IT 업체를 키우겠다는 '판교제로시티', 도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해결하겠다는 공유주택 '따복하우스' 등이 대표적인 공유적 시장경제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선회기자 ksh@kyeongin.com · 사진/경기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