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영세상인·중소기업 생산~판매 시스템 추진
판교제로시티, 창업가 성장·해외진출 '교두보' 역할
사회초년생·취약층 '주거 안정' 따복 사업도 밑그림
현행 상법과 충돌·부지 임대기간 합의 등 숙제 남아
서로 다른 당적을 지닌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의 만남이 경제 문제 해결이라는 큰 틀에서 성사됐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주목했다. 그리고 이날 강연을 통해 남 지사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유적 시장경제의 구체적인 사례가 하나 둘씩 드러났다.
# 경기도 주식회사
남 지사는 이미 지난해 말 한 토론회에서 "경기도 주식회사를 열 겁니다. 돈 벌려고. 경기도는 땅도 있고 인재도 넘쳐납니다. 하지만 돈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를 확충하면 판을 깔 수 있습니다. 그 수단이 오픈 플랫폼입니다. 경기도는 깜짝 놀랄 여건의 부지에 이를 지을 겁니다. 입점료도 거의 안 받고 결제수단도 마련할 겁니다. 시장, 군수님들과 함께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시도를 할 겁니다. 대신, 여러분은 최고의 제품력을 가져오십시오. 우린 냉정하게 판단할 겁니다"라며 경기도주식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수원시 강연에서도 그는 이런 계획을 한 번 더 강조했다. 말하자면 부지와 건물을 도가 확보하고 중소기업이나 영세 상인들을 최소비용으로 입점시킨 뒤에 그 곳에서 생산·유통되는 상품을 '경기도'라는 브랜드로 팔겠다는 계획이다.
남 지사는 이를 위해 공용물류센터와 간편결제 시스템 구축, 글로벌 온·오프라인 매장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 판교제로시티
'판교 제로(ZERO)시티'는 판교테크노밸리 인근 43만㎡부지를 활용해 조성하는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여기서 제로는 규제, 사고, 위험, 미아, 환경오염, 탄소배출 등이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이 공간엔 도와 성남시, LH, 경기도시공사, 국토부가 공동으로 창조 공간, 성장 공간, 벤처 공간, 혁신기업 공간, 글로벌 공간, 소통교류 공간, 공공시설 등을 조성하게 된다.
도는 현재 2단계 지구지정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 수도권정비 심의, 성남 동원산단 해제 등의 인·허가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함께 지속적으로 협의를 실시하고 있다.
도는 이곳에서 국제표준 기준을 적용하고 사물인터넷 인프라 공급, 글로벌 창업기지인 스타트업 캠퍼스 구축, 자율주행차 실증단지 구축 등 기반시설을 만들어 아이디어와 열정, 기술력은 있으나 자본과 하드웨어의 장벽에 막혀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예비창업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따복마을, 따복 기숙사, 따복하우스
'따복'은 '따뜻하고 복된'의 줄임말이다. 따복마을은 마을 공간을 도가 직접 마련해주고, 공간활용 및 운영은 주민자치에 맡겨 그 결정에 따라 사회적 일자리 등 주민요구 사항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4년 동안 기존 주택지역에 2천500개, 신규 주택에 3천500개 따복마을을 만들고, 평균 3개씩 1만8천개의 사회봉사 일자리도 만든다는 계획이다.
따복기숙사는 청년들의 주거난 해결을 위한 경기도형 주거환경개선사업이다. 도는 서울대와 지난해 '공동발전 협약'을 맺고 100억여원을 투입, 오는 2017년까지 옛 서울 농생대내 상록사를 리모델링 해 280명 수용규모의 따복기숙사를 조성하기로 했다.
따복하우스 시범사업은 지자체의 공유지를 경기도시공사 또는 민간사업자에 대부해 주택의 설계부터 관리까지 맡게 하는 사업이다. 이렇게 지어진 따복하우스는 일반 임대주택 시세의 70% 수준으로 청년층과 취약·노인계층에 제공될 예정이다.
'따복'이 들어가는 세 가지 사업 모두 공통된 점은 의식주 중에서 가장 부담이 큰 주거의 문제를 연령, 계층,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해결해야 할 과제
공유적 시장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이런 계획들이 현실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경기도주식회사'라는 명칭으로 실제 주식회사가 설립될 지는 미지수다. 지자체가 자체 브랜드로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데에는 현행 상법(商法)과 충돌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경기도주식회사라는 것은 남 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공유적 시장경제의 상징적 브랜드로 남을 가능성이 높고, 대신 경기도주식회사가 추진하려고 했던 계획들은 명칭을 바꿔서라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복 시리즈의 경우도 계속해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따복기숙사의 경우 서울대측이 도에 상록사의 무상임대기간을 기존 30년에서 20년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초 도가 월세거주비용을 낮추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따복하우스 역시 당초 경기도시공사 단독으로 주관할 예정이었지만 민간사업자도 참여해 주택 설계부터 관리까지 맡기는 방향으로 변경했다.
도 관계자는 "아직은 공유적 시장경제라는 정책이 큰 방향만 설정돼 있지 성과가 나오기는 이른 시점이다. 또 추진하는 사업자체가 여러부서에 걸쳐있다 보니 한 곳에서 일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각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공유적 시장경제의 원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정책들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선회기자 ksh@kyeongin.com ·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