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늘리려면 자식세대 주거문제와 병행 필요
젊은층 위한 이상적 주택정책 마련 간과해선 안돼

이 와중에 최근 소유 주택을 이용해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노후생활자금을 지급 받는 주택연금 방식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살고 있는 집을 금융권 설정을 통해 부족한 노후를 보장받자는 식이다. 뚜렷한 묘안 마련에 목말라 있던 정부 입장에서는 사회안전망 확보차원에서 주택연금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담당 기관인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의 움직임이 예전과 달리 역동적으로 보이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연유로 보인다. 우선 기관 가입 권유와 홍보가 예전과 달리 눈에 많이 띈다. 지난 설 명절 이후엔 "어르신들의 주택연금 가입문의가 명절을 기점으로 평소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는 이례적 보도까지 나온다. 사실이라면 가족 간 모처럼 만남이 부모봉양과 주택 상속 등으로 어색했을 법도 하다. 이처럼 팍팍해지고 있는 우리 현실이 소중한 가족 울타리까지도 위협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주택연금과 관련된 기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황당한 사례에 많이 직면한다. 부모와 친자식 간 상의 끝에 한 연금가입 결정을 며칠 뒤 며느리가 알고 찾아와 막무가내식 해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입을 둘러싸고 친자식과 부모봉양에 따른 각서도 난무하는 등 연금 가입에 얽힌 볼썽사나운 가족 간 다툼이 주금공 상담 창구에 쌓여만 간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주택연금이 완숙한 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한 산통일 수도 있다. 주금공 설문조사에 따르면 집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노후자금으로 쓰겠다는 의향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살던 주택을 노후의 긴요한 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부모들의 의향과 의지가 많이 반영된 시대적 변화다. 다만 이나마도 평생 주택을 보유해야만 누릴 수 있는 호사란 본질적 문제로 아쉬움을 남길 뿐이다.
대체로 일반 서민들의 자산 대부분은 부동산, 특히 주택에 집중돼 있다. 부모들은 주택에 관한 한 자식대로 물리는 상속 의무감에 유독 집착하는 성향도 보인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덥썩 가입자가 늘지 않는 이유다. 시간이 더 흘러 자식세대의 부모 봉양에 따른 짐과 부담이 주택연금제도를 대세로 만들 공산도 크다. 하지만 현 사정을 감안해 우리가 절대 간과해선 안 될 일이 있다. 주택연금 가입 활성화 관건이 노후세대보단 자식 세대, 즉 청년들의 주거 문제와 병행해 함께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전 재산인 집을 참담한 여건에 노출된 자식들을 놔둔 채 이를 담보로 덥석 연금에 가입할 부모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젊은 층을 위한 이상적 주택정책 마련이 주택연금 정책의 효과를 좌우할 키를 쥔 셈이다. 주택연금문제 해법이 청년 주거 정책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심재호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