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총리 현장방문 커녕 공식 언급조차 없어
선배들의 책상에서 후배들이 배운다면 어떨까

단원고의 뼈아픈 역사는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의 생기있는 의욕 덕에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너무나도 큰 아픔을 겪었기에 선배들을 떠나 보내는 재학생 후배들과 새내기 신입생들의 마음에는 '영원한 노란리본'이 새겨져 있다. 언론에 수없이 회자되는 '기억교실'도 노란 리본의 한 매개체 일게다. 문제는 기억교실의 존치를 둘러싼 4·16 유가족 학부모들과 재학생 학부모들 간 생각의 차이로 첨예한 대립구도가 사람들의 마음을 더 미어지게 하고 있다. 종교계가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해결 실마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신입생과 재학생들은 기억교실의 대체공간으로 과학실로, 미술실로, 기자재실로 급조해 임시방편 마련된 창문하나 없는 어둡고 침침한 교실로 들어가야 했다. 새로 부임한 교장 선생님도 컨테이너 교장실에서 첫 업무회의를 주관했다. 현장에 나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재학생 학부모의 거센 항의에도, 4·16 유가족들의 애타는 절규에도 아무런 말 한마디 못한 채 죄인의 심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이 교육감은 "세월호 참사 시계는 2년을 가리키고 있지만 유가족의 가슴속 시계는 2년 전 그 날 이후 멈춰버렸다"며 "기억교실이든 4·16 기념관이든 희생자 유가족들의 마음을 누가 대신할 수 있겠냐"고 했다. 기억교실의 존치 여부가 언제 매듭 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정작 국가 교육대계를 책임지는 교육부총리는 현장 방문은 고사하고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 한 마디조차 없다. 단원고 세월호회복지원단이라는 임시조직이 지난 2월 말로 임기가 끝나기 전 교육부가 1년 추가 연장 공문을 내려준 게 전부다. 이나마 경기도교육청이 향후 세월호 사고 수습 일정 등을 고려해 3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1년으로 단축 결정했다. 물론 공무원 조직이 이런저런 이유로 핑계 삼아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세월호는 아직 인양조차 못한 게 현실이다. 인양 업체가 가로 200m, 세로 160m, 높이 3m의 사각 펜스를 쳐 이르면 오는 7월께 수면 위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인양 이후 예상되는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할 때 세월호 회복지원 업무가 1년내 종결되기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인간의 기억력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특히 뼈아픈 기억을 하는 방식은 더 크게 다르다. 다만 무엇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관건이다. 우리 사회는 단원고 세월호 아픔 말고도 성수대교 붕괴참사,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천안함 피격 침몰사고 등 인재(人災)로 인한, 때론 북한의 만행에 당한 대형참사들을 수없이 겪고 있다. 그 때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며 공분하고 재발방지 대책들을 쏟아낸다. 하지만 비슷한 유형의 대형 참사는 또 일어난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선배들이 앉아 배우던 그 책상과 의자에서 후배들이 배운다면 참 의미의 기억교실이 아닌가 감히 제언해본다.
/김성규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