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등급을 받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의사 22명이 서류상으로 현재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진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은 이들이 실제로 진료를 하고 있는지 현장 조사를 통해 확인한 후 진료가 힘든 상황이면 의료법에 따라 진료를 중단할 것을 명령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10일 건강보험 진료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재 진료 중이거나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 중인 의사 중 장기요양등급 1~3등급을 받은 사례가 22명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발생한 C형간염 집단감염의 후속조치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문제가 될 만한 진료 행위를 찾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집단감염 사태 이후 다나의원의 A원장이 교통사고로 뇌손상, 수전증 등 후유증을 앓아 장애등급(2급·뇌병변장애 3급 등)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사면허 체계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장기요양등급은 고령이나 노인성질병 등으로 인해 혼자의 힘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대상자에게 부여된다.

정부는 이 등급을 받은 사람에게 장기요양보험 재원으로 요양시설의 돌봄 서비스나 재가 서비스(재가 요양보호사가 가정 방문)를 받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이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은 의사가 진료 현장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복지부는 이들 중 실제로는 진료를 하지 않고 '사무장 병원'의 명의 제공자인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무장 병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이 의료인을 고용해 불법 개설한 의료기관이다.

복지부는 이달 중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22명이 실제로 진료를 하고 있는지 현장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만약 실제 진료를 하고 있다면 해당 진료 과목의 다른 전문의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진료행위를 하는 데 문제가 있는지 판단한 뒤 의료법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다.

현행 의료법은 신체적인 질환으로 진료행위가 힘들다고 판단하더라도 의사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8일 건강상 진료행위가 현격히 어려운 경우 면허취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의료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현행법상으로도 해당 의사에게 진료를 중단할 것을 명령할 수는 있다.

의료법 59조는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 7일 사망한 가수 신해철씨의 집도의 강모씨에게 비만 관련 수술·처치 중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황상으로는 사무장 병원에 명의를 제공한 경우가 다수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만약 조사 대상자 중 진료를 계속하면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있으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