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혈액 부족으로 경기지역 병원들이 혈액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10일 오후 수원 시내 한 병원 혈액보관실에서 직원들이 부족한 혈액을 정리하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메르스이후 높아진 수요
혈액원공급 제때 못받아
확보는 커녕 1~2일 지연
인천은 상대적으로 나아


200병상 규모의 수원 A정형외과 전문병원은 요즘 수술에 필요한 혈액을 확보하느라 비상이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사태 여파로 줄줄이 밀렸던 수술일정이 지난달 설 연휴 기간(2월 6~10일) 이후로 몰리면서 수술 건수가 예년에 비해 20%가량 늘어났는데 반해 대한적십자사 경기혈액원으로부터 혈액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보호자에게 수술절차를 설명할 때 헌혈을 권유하고 있고, 사단법인 대한산업보건협회가 부설로 운영 중인 한마음혈액원에까지 공급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보호자가 고혈압 등의 지병으로 헌혈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한마음혈액원은 계약을 맺은 병원에만 혈액을 공급하다 보니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이에 잡혔던 수술일정을 조정, 재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A병원 관계자는 "무릎 인공관절 또는 척추고정술 등 수술의 경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수술실 안에 혈액을 2~3팩(1팩당 500㎖) 정도 확보해놔야 한다"며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경기혈액원에) 혈액공급을 신청 중인데 1~2일 가량 공급이 늦는 게 요즘 현실"이라고 말했다.

수원시내 B준종합병원(200병상 규모)은 아직까지 입원 환자의 수술 스케줄이 크게 밀리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혈액보유량은 바닥이다.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병원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의료업계의 설명이다.

150병상 규모의 안산 C병원은 A병원과 사정이 비슷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심혈관 수술환자들은 수술 이후에도 혈액을 필요로 할 때가 많은데 보유 중인 혈액량을 감안해 부득이하게 수술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혈액보유량이 여전히 '관심'단계 밑이다 보니 경기도내 중소병원들이 혈액 확보에 비상이다. 인천시내 중소병원들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으로 알려졌다.

10일 0시 기준으로 경기·인천혈액원의 혈액보유량은 각각 2.6일, 3.7일(같은 시간 전국 평균 2.8일)이다. 하루 평균 필요한 혈액의 예상량을 기준으로 한 혈액보유량은 관심(5일)과 주의(3일)·경계(2일)·심각(1일) 단계로 구분하는 데 주의~경계 수준인 것이다.

혈액원의 이 같은 불안정 상황에서 중소병원들은 한마음혈액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수도권내 80여곳의 계약병원에 혈액을 공급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는 게 한마음혈액원의 설명이다.

혈액원 관계자는 "메르스 여파가 상대적으로 감소한 지난해 연말부터 병원을 찾는 발길이 많아지면서 자연히 수술 일정도 많이 잡혔고 혈액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민욱·신상윤기자 km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