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 적용하라” 성난 외침
"살인죄 적용하라" 성난 외침 계모의 학대로 숨진 7살 신원영군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이 실시된 14일 오후 평택시 청북면 한 야산에서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지역 주민들이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신군 이마 다친 상황 '모른척'
친부, 학대방관 태연히 재연
주민 200여명 계란투척 분노
故신원영군 추모행렬 잇달아

14일 오후 2시 45분께 평택시 포승읍의 한 투룸 빌라 화장실. 계모의 끔찍한 학대와 친부의 방관에 숨진 신원영(7)군이 3개월간 갇혔던 곳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경찰의 현장검증에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계모 김모(38)씨는 신군을 가두고 신군의 온몸에 락스 등을 뿌리는 등의 학대를 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과 함께 태연히 재연했다.

신군이 폭행을 피하려다 넘어지면서 변기에 이마를 부딪쳐 찢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른 척 하는 등 뉘우치는 기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찬가지로 얼굴을 가린 친부 신모(38)씨는 아내의 학대장면을 알고도 방관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생리현상 등으로 자신이 화장실에 들어가면, 신군이 화장실 구석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벽을 보고 서 있는 모습을 설명했다. 눈이 마주치면 '벽을 보라' '쳐다보지 마'라고 명령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화장실에 감금된 채 삶을 간신히 이어가던 신군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는 대목이다.

신씨 부부는 함께 시신을 이불에 둘둘 말아 빌라 베란다에 방치해 뒀다가 청북면 야산에 암매장하기 위해 차량으로 옮기는 장면도 재연했다.

청북면 야산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는 상자에 담긴 신군의 시신을 암매장하는 모습을 태연히 보여줬다. 시신을 옮긴 상자를 길에 버렸던 과정까지 주저 없었다.

현장검증이 이뤄진 포승읍 빌라와 청북면 야산에서는 시민들의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빌라 주변은 신씨 부부가 도착하기 전부터 안포맘(안중포승지역 맘 카페) 회원,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인근 주민 등 200여명이 몰려와 "살인죄를 적용하라" "얼굴을 공개하라"며 소리쳤다. 일부 주민들 손에는 락스가 들려 있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신씨 부부가 현장에 도착하자 호송차량으로 30여개의 계란을 던졌다.

평택경찰서는 16일 자세한 사항에 대해 공식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한편 신군의 유골이 안치된 평택시 청북면 평택시립추모관에는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사진 속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고 있는 원영이 위로 흰색 핫팩이 붙어 있었다. 화장실 감옥에 갇혀 추위에 떨었을 신군을 위한 작은 선물이다.

신군은 사망 전 속옷도 얻어 입지 못했다.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했을 신군을 위해 초코바와 과자가 놓이기도 했다. 안치실에는 추모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한 추모객은 "원영아, 하늘나라에서 따뜻한 사랑 받으렴. 이승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잊고 행복하길 바랄게"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민웅기·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