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단거리미사일 발사한 10일
대학원 최고위 과정 입학식서
아이돌 복무 17사단 밴드공연
일과시간 넘겨 기강해이 지적
軍 "술자리인지는 확인 못해"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임에도 육군 17사단 군악대가 인천지역 인사들의 사교 모임에 동원돼 '밴드공연'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여기에는 인기 아이돌그룹 출신 병사도 차출됐다.
지난 10일 오후 9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A대학교 행정대학원 최고위 과정 입학식 행사에 육군 17사단 군악대가 '축하공연'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군악대원들은 기타와 건반, 드럼 연주에 맞춰 대중가요를 불렀다.
슈퍼주니어 출신 가수 성민(본명 이성민)도 17사단 군악대 소속으로 무대에 올라 '쏘리쏘리' 등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며 다른 대원들과 춤을 췄다.
각급 부대별로 설치된 군악대는 국방부 '정훈·문화활동 훈령'에 따라 장병 사기진작과 공익 증진을 위한 목적으로만 운영돼야 함에도 이날 17사단 군악대는 친목 성격이 짙은 사적 행사에 동원됐다.
훈령을 보면 군악대는 교육기관의 입학식이나 졸업식 행사지원을 할 수 있지만, 지원 대상은 군관련 소음피해 지역, 도서지역 및 격오지 소재 교육기관, 자매결연 등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교육기관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다.
A대학교 행정대학원 최고위 과정은 지역 인사들이 주 1회 특강을 들으며 교양과 인맥을 쌓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일반적인 초·중·고등학교나 대학교 등 교육기관으로 보기 어렵다. 참석자들은 군악대가 공연을 하는 동안 테이블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기도 했다.
17사단 군악대가 민간행사에 동원돼 공연을 한 10일은 역대 최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독수리 연습 기간이라 군 기강이 이렇게 땅에 떨어져도 되느냐는 비난까지 사고 있다.
이날은 특히 북한이 동해 상으로 단거리 탄도 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무력시위를 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다. 17사단 군악대 축하공연은 군부대 일과시간이 훨씬 지난 오후 9시 30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이에 대해 17사단 관계자는 "A대학 최고위 과정에서 요청이 먼저 왔고,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라 군에 대한 홍보를 하겠다는 취지에서 행사지원을 결정했다"며 "입학식이라고만 보고를 받았지 술을 먹는 자리인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