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이웃과 단절된 채 쓸쓸히 죽음을 맞는 '고독사(孤獨死)'가 잇따르고 있다.
직계가족이 없는 노부부를 비롯해 생활고에 시달린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20대 언어재활사 등이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홀로 떠났다.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고독사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여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속초 노부부 사망 6개월 만에 발견…전국 곳곳서 '쓸쓸한 죽음'
33㎡(10평) 남짓한 오피스텔 거실 바닥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바닥에는 온기 없는 시신 2구와 바짝 마른 종이 한 장뿐이었다.
'우리는 가족이 없습니다.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주세요. 2015년 9월 6일'
강원도 속초의 한 오피스텔에서 유언이 적힌 메모지가 발견된 건 지난 10일 오후 2시. 유서가 작성된 지 6개월이 지난 뒤였다.
지구대 경찰관이 오피스텔 문을 열었다가 노부부의 시신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
허가증을 갱신하지 않은 총기 소유자의 소재를 알아보던 경찰관은 우편함에 수북이 쌓인 고지서를 보고 이상한 낌새를 챘고, 오피스텔 문을 따고 들어갔다가 싸늘한 노부부 시신과 마주했다.
직계 가족이 없는 데다 옆집과 웬만해서는 얼굴을 알고 지내지 않는 오피스텔 특성상 누구도 노부부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숨을 거두고도 두 부부는 철저히 고독했다.
숨진 채 발견된 남편(75)은 백내장 수술이 잘 안됐던 탓인지 눈이 불편했고, 아내(71·여)는 중풍으로 투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오피스텔 특성상 다른 거주자들의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노부부는 자칫 1년이 지나도 발견되지 못 할 뻔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불행한 고독사는 꼭 노인에게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던 역도 스타도 지난해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역도 금메달리스트 김병찬(사망 당시 46세)씨는 지난해 6월 26일 춘천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그를 발견한 이는 가족이 아닌 이웃 주민이었다.
1996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면서 역도계를 떠난 김씨는 이후 변변한 직업 없이 매달 나오는 메달리스트 연금 52만5천원으로 간신히 생계를 이어 왔다.
김씨는 어머니마저 2013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혈혈단신이 됐고 결국 혼자 죽음을 마주했다.
작년 연말에 고독사한 20대 언어재활사는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혼자 살면서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아버지에게 가끔 용돈을 받았지만 월세 43만원을 제때 내지 못해 고시원 보증금 100만원도 다 떼인 상태였다.
숨지기 2개월 전 지방에 사는 아버지와의 통화가 가족과의 마지막 연락이었다. 심하게 부패한 상태인 그의 마지막을 지켜본 이도 가족이 아닌 고시원 관리인이었다.
이달 2일에는 광주에서 평소 초등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자원봉사 활동을 해 온 80대 홀몸노인이 숨진 지 열흘 만에 발견됐고, 올해 설 연휴에는 부산에서 50∼60대 남성 2명이 혼자 죽음을 맞았다.
고독사는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 고령화·1인 가구 늘어…고독사 증가 추세 불가피
세상과 단절된 채 혼자 죽음을 맞는 고독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와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의 증가 추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국가포털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00년 339만4천896명이었지만 10년 뒤에는 547만496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이 인구는 689만7천6명으로 늘었으며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 예측 결과를 보면 2030년에는 1천269만명으로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은 206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1천76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0.1%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0년 전체 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1%였다.
특히 8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37만명에서 2060년 448만명으로 10배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전국의 혼자 사는 1인 가구도 523만202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1인 가구가 144만2천544가구로 전체의 25%가량을 차지했다.
2000년 226만1천550가구였던 1인 가구는 2010년 415만3천77가구로 2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1인 가구 증가 추세는 통계청의 '장래가구 추계' 예측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통계청은 2035년까지 '가구원 수별 가구 비중'을 예측한 이 조사에서 2012년을 기점으로 가장 많은 비중(25.3%)을 차지한 1인 가구가 2035년에는 전체 가구 비중에서 34.3%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기대 수명이 증가하면서 60대 이상 1인 가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2035년에는 70대의 1인 가구가 151만3천 가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질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65세 이상 연령층의 1인 가구 증가는 연평균 9만5천 가구로 매년 전체 1인 가구 증가율의 6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 노인정책과 관계자는 "돌봐 주는 사람 없이 홀로 사는 노인은 안정적인 소득이 없어 제때 질병 치료를 하지 못한 채 안타깝게 고독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권중돈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등 가족이나 이웃 간 연결 고리가 끊기면서 사회는 점점 단절되고 있다"며 "앞으로 고독사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지자체가 홀로 사는 노인을 자주 찾아 말벗이 돼 주는 등 사회적 차원의 시스템이 확고하게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직계가족이 없는 노부부를 비롯해 생활고에 시달린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20대 언어재활사 등이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홀로 떠났다.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고독사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여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속초 노부부 사망 6개월 만에 발견…전국 곳곳서 '쓸쓸한 죽음'
33㎡(10평) 남짓한 오피스텔 거실 바닥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바닥에는 온기 없는 시신 2구와 바짝 마른 종이 한 장뿐이었다.
'우리는 가족이 없습니다.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주세요. 2015년 9월 6일'
강원도 속초의 한 오피스텔에서 유언이 적힌 메모지가 발견된 건 지난 10일 오후 2시. 유서가 작성된 지 6개월이 지난 뒤였다.
지구대 경찰관이 오피스텔 문을 열었다가 노부부의 시신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
허가증을 갱신하지 않은 총기 소유자의 소재를 알아보던 경찰관은 우편함에 수북이 쌓인 고지서를 보고 이상한 낌새를 챘고, 오피스텔 문을 따고 들어갔다가 싸늘한 노부부 시신과 마주했다.
직계 가족이 없는 데다 옆집과 웬만해서는 얼굴을 알고 지내지 않는 오피스텔 특성상 누구도 노부부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숨을 거두고도 두 부부는 철저히 고독했다.
숨진 채 발견된 남편(75)은 백내장 수술이 잘 안됐던 탓인지 눈이 불편했고, 아내(71·여)는 중풍으로 투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오피스텔 특성상 다른 거주자들의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노부부는 자칫 1년이 지나도 발견되지 못 할 뻔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불행한 고독사는 꼭 노인에게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던 역도 스타도 지난해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역도 금메달리스트 김병찬(사망 당시 46세)씨는 지난해 6월 26일 춘천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그를 발견한 이는 가족이 아닌 이웃 주민이었다.
1996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면서 역도계를 떠난 김씨는 이후 변변한 직업 없이 매달 나오는 메달리스트 연금 52만5천원으로 간신히 생계를 이어 왔다.
김씨는 어머니마저 2013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혈혈단신이 됐고 결국 혼자 죽음을 마주했다.
작년 연말에 고독사한 20대 언어재활사는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혼자 살면서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아버지에게 가끔 용돈을 받았지만 월세 43만원을 제때 내지 못해 고시원 보증금 100만원도 다 떼인 상태였다.
숨지기 2개월 전 지방에 사는 아버지와의 통화가 가족과의 마지막 연락이었다. 심하게 부패한 상태인 그의 마지막을 지켜본 이도 가족이 아닌 고시원 관리인이었다.
이달 2일에는 광주에서 평소 초등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자원봉사 활동을 해 온 80대 홀몸노인이 숨진 지 열흘 만에 발견됐고, 올해 설 연휴에는 부산에서 50∼60대 남성 2명이 혼자 죽음을 맞았다.
고독사는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 고령화·1인 가구 늘어…고독사 증가 추세 불가피
세상과 단절된 채 혼자 죽음을 맞는 고독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와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의 증가 추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국가포털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00년 339만4천896명이었지만 10년 뒤에는 547만496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이 인구는 689만7천6명으로 늘었으며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 예측 결과를 보면 2030년에는 1천269만명으로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은 206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1천76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0.1%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0년 전체 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1%였다.
특히 8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37만명에서 2060년 448만명으로 10배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전국의 혼자 사는 1인 가구도 523만202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1인 가구가 144만2천544가구로 전체의 25%가량을 차지했다.
2000년 226만1천550가구였던 1인 가구는 2010년 415만3천77가구로 2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1인 가구 증가 추세는 통계청의 '장래가구 추계' 예측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통계청은 2035년까지 '가구원 수별 가구 비중'을 예측한 이 조사에서 2012년을 기점으로 가장 많은 비중(25.3%)을 차지한 1인 가구가 2035년에는 전체 가구 비중에서 34.3%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기대 수명이 증가하면서 60대 이상 1인 가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2035년에는 70대의 1인 가구가 151만3천 가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질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65세 이상 연령층의 1인 가구 증가는 연평균 9만5천 가구로 매년 전체 1인 가구 증가율의 6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 노인정책과 관계자는 "돌봐 주는 사람 없이 홀로 사는 노인은 안정적인 소득이 없어 제때 질병 치료를 하지 못한 채 안타깝게 고독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권중돈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등 가족이나 이웃 간 연결 고리가 끊기면서 사회는 점점 단절되고 있다"며 "앞으로 고독사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지자체가 홀로 사는 노인을 자주 찾아 말벗이 돼 주는 등 사회적 차원의 시스템이 확고하게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