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인간통제 벗어나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낯선문명 임박 불구 정치퇴행은 그야말로 절망적
문명의 전환기에 낙오된 국가·민족은 미래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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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문화부장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이 남긴 인간적 후유증이 간단치 않다. 경우의 수가 10의 170승에 달하는 바둑판은 우주에 비견할 수 있는 복잡계라 했다. 인공지능(AI)이라 하지만 연산장치에 불과한 알파고가 복잡계에서 인간의 창의성을 이겨낼 가능성이 없다는 예측은 그럴듯 했다. 이세돌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자신의 승리를 장담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인간은 경악했고, 이벤트는 인류 문명사에 의미있는 역사적 사건이 됐다.

알파고의 등장은 두가지 측면에서 의미심장하다. 인간은 사유할 수 있는 능력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들 가운데 유아독존이었다. 알파고는 사유가 인간만의 천부적 능력인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대국 첫판에서 이세돌은 알파고의 무의미한 악수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바둑해설가들은 알파고가 악수를 둘 때 마다 이세돌의 승리를 예상했다가, 그 악수가 묘수로 전환될 때 마다 해설 대신 침묵했다. 10의 170승의 세계에서 패턴과 규범에 갇힌 것은 인간이었다. 인간이 수천년 동안 반복된 기보를 통해 규범화된 포석과 정석에 갇혀 있을 때 바둑판이 소우주임을 인식하고 종횡무진한 건 오히려 알파고 아니었을까. 연산의 결과라 해도 놀라운 일이다.

정말 두려운 것은 알파고가 인공지능에서 인공을 벗어날 가능성이다. 알파고가 인간의 지배에서 벗어나 스스로 존재를 인식하는 셀프지능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인가. 자의든 타의든 보통의 인간이 대적할 수 없는 지능체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맞이할 것인가.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 이후 세계의 지성들은 이 문제를 놓고 서로 다른 견해로 엇갈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가까운 장래에 인간만의 영역이었던 지적노동의 대부분을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차지할 것이라는 점이고, 인공지능이 인간통제를 벗어날 지 여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알파고가 낯선 문명의 임박을 예고하고 있다. 알파고가 견인할 새로운 문명은, 인류가 이제껏 겪은 모든 혁명적 전환보다도 극적이며 광범위하고 예측불가능한 '무엇'일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전혀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가 천천히 그 문을 열어젖히는 중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 전인미답의 신세계에서 안전할까. 우리는 지금 예측불가능한 시대에 대응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불행하게도 모든 분야가 퇴행적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격돌을 이벤트로만 인식했다. AI가 키워드로 등장하자 부랴부랴 관련산업 진흥책을 내밀고 몇푼의 예산을 지원하는 등 난리법석이다.

정치의 퇴행은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새 세상을 예측하고 그 세상의 주류로 참여하기 위한 준비를 주도하고, 새 문명의 규범을 만들어야 할 정치, 그 정치가 지금 시대를 역주행 중이다. 대중은 진로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는데 정치는 오늘만 본다. 오늘의 권력을 위해 과거회귀도 불사한다. 공천과정을 보라. 여야를 막론하고 이념과 비전의 무소유 집단임을 증명하고 있다.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도 버렸다. 언젠가는 손아귀에서 사라질 유한한 권력을 위해 민주주의 마저 괴사시키는 형국이다. 최고권력자의 의중과 초빙된 권력이 전단하는 국회의원 후보 공천과정은 정당의 존립 이유를 소거하는 중이고….

문명의 전환기에 낙오된 국가나 민족은 미래가 없다. 구한말 이후 우리가 겪은 고난의 근현대사가 이를 증명한다. 뼈저린 역사의 통증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운 문명의 전환 앞에서 또 다시 혼란에 갇혀있다. 알파고는 미지의 미래가 임박했다고 예고하건만, 우리 정치는 기관차의 경적을 울리며 과거로 과거로 내닫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정치 때문에 매우 위태롭다.

/윤인수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