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정보삭제 요청 주체서 정치인등 배제할듯
특정사안 말 바꾸기나 막말 검색 차단해선 안돼
유권자 표심 향방 가릴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


2016032201001721300097391
김신태 지역사회부장
4·13총선을 앞두고 모 정당은 한 정치인사의 막말로 홍역을 치렀다. 같은 당 일부 의원들은 초기에는 해당 의원의 막말을 '개인적인 실수'라며 진화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막말 사건은 파장이 컸고 해당 의원은 결국 공천에서 배제됐다.

최근 인터넷과 SNS 등에 떠돌고 있는 자신의 정보에 대해 수정이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잊힐 권리(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번 막말 당사자인 정치인도 '잊힐 권리'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을까? 요즈음에는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가 빠르게 퍼져 나가고 삭제도 쉽지 않아 이에 따른 고통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해당 정치인도 무심코 내뱉은 막말을 다시 주워담고 싶어 할 게 분명하다.

개인이 과거에 한때 저질렀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평생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 '잊힐 권리'다. '잊힐 권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유럽연합(EU) 국가들을 중심으로 시행돼 온 개념이다.

현행법상 사생활 침해나 명예 훼손, 불법 정보 등에 대해서는 포털업체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그래서 인터넷 기록 삭제 전문업체는 자신들의 정보를 삭제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신고를 받고 이를 처리해 주고 있다.

하지만 합법적인 정보에 대한 처리 규정은 아직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잊힐 권리'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상반기 중 '잊힐 권리' 가이드 라인을 제정해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 등과 충돌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어 방통위는 법제화 대신 가이드 라인 형태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방통위는 합법적인 정보 중 당사자가 지우고 싶거나 내용에 문제 소지가 있는 게시물의 경우 '잊힐 권리'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이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는 자신에 대한 정보 중 원하지 않는 내용을 삭제해 줄 것을 인터넷 포털업체나 게시판·카페 등 운영자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원하지 않는 내용(정보)'은 합법적인 것이 대상이다. 사생활 침해나 명예 훼손, 음란 화상·영상, 청소년 유해매체물, 국가 기밀 등의 불법 정보는 이미 법적으로 규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통위의 '잊힐 권리' 가이드 라인에서 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주체 가운데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등 여론의 감시가 필요한 공인은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학술·공익 목적의 글도 제외될 예정이다. 삭제 대상 중 언론사 기사도 제외된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고 언론중재법 등 별도의 구제 절차가 마련돼 있어서다.

방통위의 '잊힐 권리' 가이드 라인 제정은 누구를 위한 '잊힐 권리'인가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특정 사안에 대해 말 바꾸기를 하거나 막말을 한 정치인들의 경우, 자신의 발언이 담긴 게시글의 검색 결과를 차단하게 놔두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유권자들이 표심의 향방을 가릴 수 있는 유용한 정보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잊힐 권리를 인정할 대상 글의 범위, 본인이냐 유가족이냐 등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주체의 자격도 논란의 여지가 큰 만큼 공청회 등을 거쳐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막말 정치인들이 이를 악용할 수 없게 말이다.

/김신태 지역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