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은 금물'이다. 지난해 수도권을 초토화시켰던 메르스 사태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교훈은 '방심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때 첫 환자를 제대로 격리했더라면 메르스 사태는 그렇게 크게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메르스는 방심이 낳은 재앙이었다. '지카 바이러스'(이하 지카)로 인한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2일 브라질을 방문했다가 귀국한 43세 남성 L씨가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브라질과 중남미를 휩쓸다가 올 들어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로 퍼져 우리 역시 철저한 사전준비를 한 상황에서 발생한 환자여서 그 충격이 크다. 특히 우리가 메르스 사태를 경험했기에 더욱 그렇다.

그동안 우리 방역당국은 지카를 옮기는 '흰줄숲모기'가 국내에 없어 국내 전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예상했었다. 그래서 이번 국내 환자발생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지카는 태아에 감염되면 두뇌 발육을 억제해 지적장애·발달장애·운동장애를 일으킨다. 이 예방과 치료를 위한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은 것은 물론, 연구와 정보도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해외 여행객 2천만명 시대를 맞아 바이러스 발생국 방문자를 통한 환자유입을 완벽하게 막기는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방역당국의 활동은 국내로 들어온 감염자를 신속히 확인하고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항 항만 등에서 철저한 입국자 검사를 통해 유입 환자로부터의 2차 전파를 차단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각종 화물을 통해 매개모기 유충 등이 유입될 가능성에도 대비해 위험지역 통과 화물에 대한 검역과 소독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럴때일수록 해외 여행객과 국민들은 방역당국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안일한 대처로 막대한 피해를 부른 메르스 사태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메르스 사태에서 해외유입 감염병 방역의 기본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신속한 대응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다. 이제 기온이 올라 모기가 기승을 부릴 시기다. 지카는 모기가 핵심 매개체다. 철저한 방역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와 지자체는 메르스 사태를 거울삼아 지카가 확산되지 않도록 대책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