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3천명이 투약할 수 있는 규모의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하려 한 의류수입판매업자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박창제 부장판사)는 23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A(48)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부터 의류판매업체를 설립·운영중인 A씨는 그해 6월말 캄보디아에서 의류 수출업을 하는 B(56)씨로부터 "캄보디아에 다녀가라"는 제안을 받았다.

B씨와 거래중인 A씨는 그해 8월 11일 의류 대금을 주려고 캄보디아를 찾았고, B씨에게서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의류 대금으로 받은 3천만원과 8천달러로 필로폰을 사 보낼 테니 한국에서 판매한 뒤 이익을 일부씩 나눠 갖자'는 제안이었다.

수입한 의류를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B씨의 제안에 동의했다.

A씨는 한국내 유통판매책도 자신이 섭외할 테니 판매 대금만 받아달라는 B씨의 제안을 승낙한 뒤 8월 15일 귀국했다.

귀국하자마자 대포폰을 마련한 A씨는 캄보디아에 있는 B씨와 수시로 통화하면서 밀반입하는 필로폰의 운반책, 필로폰 구입 여부, 밀반입 날짜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했다.

B씨는 그달 27일 사람을 보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필로폰 1.3㎏을 밀반입했고, 국내 유통판매책인 C씨에게 넘겼다.

'C씨를 만나 필로폰 판매대금을 받으라'는 연락을 받은 A씨는 대전 서구의 한 빌딩 앞에서 접촉을 시도하던 중 현장을 급습한 수사관에게 붙잡혔다.

이들이 유통하려 했던 필로폰은 소매가 40억원 상당으로, 4만3천여 명이 함께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대전·충남 지역에서 한 번에 거래된 필로폰 양으로는 최대 규모다.

A씨는 법정에서 채권을 변제받는 차원에서 필로폰 판매대금을 수령하려 했을 뿐 영리의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다량의 필로폰을 국내로 밀수입하는 범행에 가담했고, 국민 보건에 대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해 죄질이 나쁘다"며 "그러나 B씨 권유에 못 이겨 범행에 소극적으로 가담했으므로 참작할 사유가 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와 함께 캄보디아에 동행한 동업자 D씨에 대해서는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범행을 설계하고 주도한 B씨는 인터폴을 통해 검거된 뒤 국내로 송환됐으며, 재판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