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구·야구 등 모든 스포츠 인천 통해 보급
인천Utd, 근대스포츠 발상지로서 가치 소환 기대

고악기는 곡이 작곡되었을 당시의 악기를 말한다. 악기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재질과 형태가 바뀌기 마련이다. 바로크 시대를 예로 들자면 당시 바이올린의 현은 양의 창자를 꼬아서 말려 만든 거트현이었다. 몸통에는 턱받침이 없고 아치 형태의 활도 지금과는 모양새가 확연히 다르다. 현악기뿐만 아니라 목관·금관악기 등 상당수 오케스트라 악기는 이 같은 '원전악기'가 모태다. 오케스트라 악기가 아닌 클래식기타의 경우도 처음에는 거트현을 썼는데 줄이 쉽사리 느슨해지는 바람에 수시로 조율을 해야 하는 등 연주자들이 이만저만 애를 먹은게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개량'이 제공하는 세련된 음색이나 편의를 접어두고 고악기를 연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령 현대의 악기로 바흐의 곡을 연주할 때 그 음악은 바흐가 생각하던 음악이 아닐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그래서 1970년대 무렵부터 고악기를 복원해 연주하고 연주법 또한 당시의 기법을 따르는 앙상블이 등장했다.
이런 점에서 고음악은 어찌 보면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스틸 현이 뿜어내는 강렬한 맛도 덜하고 그래서 고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고악기에서는 개량된 악기 또는 '일렉트릭'이란 수식어가 붙은 첨단 악기와는 확연히 다른 감성이 풍긴다. 더 나아가 고음악에서는 본연의 가치를 찾기 위한 음악가들의 숭고한 몸짓이 엿보인다.
우연의 일치일까? 고음악 연주를 감상한 그 날, 체육계에 불고있는 '회귀'의 바람을 감지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그라운동장'이라는 해묵은 단어를 접한 것이다. 그라운동장은 영어의 '그라운드'와 우리말 '운동장'을 합친 말로 1920년 현재의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자리에 인천공설운동장이 건립됐을 때 시민들이 부르던 애칭이다. '그라운동장'은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 홈구장인 시민프로축구단 '인천 유나이티드'가 스포츠와 관련해 인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내건 '모토'다. 경기장에선 '그라운동장, 부활하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실 인천을 빼고 우리나라의 스포츠를 말 할 수 없다. 축구나 야구 등 거의 모든 스포츠가 인천을 통해 국내에 보급됐기 때문이다. 특히 1901년에 강화도에 근대 축구팀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경인일보 취재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18세기 고음악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케네스 몽고메리는 고음악을 '박물관에 걸려 있는 그림에 쌓인 오래된 먼지를 털어내는 것'에 비유했다. 먼지를 털어내면 색감이 다시 화사하게 되살아나듯이 그 시대 악기로 악보에 충실한 연주를 하면 작품의 본래 가치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라운동장'도 비슷한 콘셉트이다. 인천의 스포츠적 가치는 그간 유·무형의 먼지에 덮여 있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우리나라 근대스포츠의 발상지로서, 인천의 가치와 자부심을 소환하기를 기대해 본다.
/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