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이 오늘로 시행 1년을 맞았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부담하는 주택담보대출자가 2%대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로 변경하기 위한 전환대출용 상품이다. '부채의 질'을 높이고 , 갑작스런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부담에 대비하자는 의도도 담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대출은 여전히 증가하고, 혜택도 중산층 이상만 누릴 뿐, 서민들은 매월 찾아오는 원리금과 이자 상환일이 부담스러워 원금 상환부담이 덜한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안심전환대출을 도입한 것은 1천100조원에 육박한 가계대출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가계부채는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207조원으로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1년새 무려 121조7천억원이 늘어나 연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안심전환대출은 원리금을 함께 분할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갚기 어려운 저소득층에게는 사실 '그림의 떡'이다. 실제로 안심전환대출 실행분 31조6천억원을 신용등급별로 따져보면 1등급 대출자가 39.9%, 2등급이 19.7%, 3등급 19.4%로 전체의 79%가 1∼3등급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6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겨우 5.6%에 불과했다. 혜택이 전 계층에 고루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안심전환대출 출시 전후로 원리금 분할상환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서민층에게 은행권의 문턱은 더 높아졌다.

금융당국은 안심전환대출로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저소득층의 부채 위험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는 어느 정도 정점을 찍은 느낌이지만, 저소득 계층에서는 생활자금의 증가로 오히려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젊은층과 노년층, 그리고 자영업자와 다중채무자 등에서 부채증가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계부채가 여전히 우리 경제의 뇌관인 이상, 취약계층에 대한 면밀한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우선 이들에게 소득이 있어야 한다. 이들 계층에 공공사업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소득을 높일 방안을 찾아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