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이 작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기관에 환자의 위험지역 여행이력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마련했지만, 최근 첫 한국인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의료기관을 찾았을 때는 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의료기관이 관련 시스템을 업데이트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방역 당국이 지카바이러스 환자의 추가 유입에 대비해 전국 병의원들을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24일 질병관리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 L(43)씨는 지난 18일 광양 선린의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

역학조사 결과 이때 방역 당국이 가동 중인 위험지역 여행 이력 안내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처방조제 지원 시스템(DUR)을 통해 의사가 처방할 때 전산시스템상에 위험지역 여행 이력이 팝업창으로 뜨게 돼 있는데, 이날 처방이 이뤄졌음에도 의원 측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아서 안내되지 않은 것이다.

다만 방역 당국이 브라질 방문 사실을 확인해 이미 L씨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주의 사항을 안내했고, 환자도 의료진에게 브라질 방문 이력을 알려서 의료진이 이 사실을 모르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L씨가 사흘 뒤인 21일 선린의원을 다시 찾았을 때는 업그레이드가 진행된 뒤여서 시스템은 가동되고 있었다.

방역 당국은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작년 6월 DUR을 출입국관리소의 사전여객정보시스템(APIS), 항공여행기록(PNR)과 연동해 의사가 처방할 때 위험지역 여행 이력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은 처방 때 여행지 혹은 경유지 정보를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

다만 L씨의 사례처럼 의료기관 중에는 시스템을 업데이트하지 않거나 팝업창 알림 기능을 꺼 놓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

DUR이 각 의료기관의 내부 전산시스템과 연결이 돼야 알림 기능이 작동하는데, 전국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전산시스템 수만 400여개에 달할 정도로 많아서 일부 호환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산시스템이 지카바이러스의 첫 환자 발생 때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방역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당장 관계기관, 각 지역 의사 단체와 함께 가동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질본 관계자는 "전국 병의원에서 시스템이 가동되도록 구축 작업을 마쳤지만, 작은 의료기관 중에서는 업데이트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실수로 알림 기능을 꺼 놓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평원, 각 지역 의사회와 함께 가동 여부를 전국적으로 확인하고 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시스템 호환 문제로 가동되지 않는 곳은 없는지 파악해 조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