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요정' 손연재(22·연세대)는 21일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리스본 월드컵 결선에 다른 선수의 후프를 빌려 나섰다. 위탁 수하물로 부친 후프가 항공사 실수로 제때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늦게 받은 후프는 파손돼 있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손연재가 받는 보상금은 7천원 정도에 불과하다. 손연재의 후프 가격이 10여만원인데 비하면 보상금이 터무니없이 작은 것이다.
이유는 항공 수하물이 파손되거나 분실됐을 때 받는 보상금 체계가 국제협약에 따라 일괄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손연재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수하물을 부쳤기 때문에 바르샤바 협약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이 협약에 따르면 1㎏당 최대 20달러(약 2만3천원)을 보상받는데 후프는 무게가 300g 정도여서 7천원이다.
러시아를 비롯해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이 바르샤바 협약국이다. 나머지 나라에서는 몬트리올 협약을 따른다.
몬트리올 협약에 따라 보상금을 계산해도 파손·분실 물건의 실제 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 협약에 따르면 물건의 가격에 감가상각을 적용해 1인당 최대 19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보상금이 정해진다. 1억원이 넘는 첼로가 분실돼도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190만원이라는 얘기다.
이런 보상 체계는 각 항공사의 운송약관에 명시돼 있다. 항공권을 구매하면 보상 체계에도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고가의 물품은 따로 보험을 들지 않는 이상 두 협약이 규정한 대로만 보상하게 된다"면서 "간혹 항공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거는 경우도 있으나 승객이 승소한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대로 보상을 받으려면 손해보험사의 '동산보험'에 가입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개인이 가입하기는 어렵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개인이 가입하는 동산보험 시장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보험료가 비싼데다가 보험사 입장에서는 '모럴 해저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개인 고객의 가입을 꺼린다. 사고가 발생하면 가입자 한 명을 위해 국외로 조사원을 보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않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등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외국으로 콘서트를 갈 때 단체로 고가의 악기에 동산보험을 드는 경우는 있지만, 개인이 가입하는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체육계도 마찬가지이다. 고가의 장비라 하더라도 따로 동산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는 없다. 손연재의 후프도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 일단 수하물로 부치면 '복불복'인 셈이다.
단 한 종목 예외가 있다. 올림픽 종목 중에서 '장비' 가격이 가장 비싼 승마다. 다만, 수하물은 아니고 화물로 취급된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말을 화물기로 운송할 때 보험에 드는데 보험료는 말 가격의 10∼15% 수준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삼남이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김동선(27)의 말 '부코스키'는 가격이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보험료로만 1억원 이상을 쓰게 되는 셈이다.
대한승마협회 관계자는 "'마칠기삼(경기 결과에 말 기량이 70%, 기수 기량이 30% 영향을 준다는 승마계 은어)'인 만큼 국제대회에 나갈 때에는 말에 꼭 보험을 든다"면서 "다만 국내가 아닌 유럽의 전문 보험사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