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의 질환과 치료에 대한 몰이해로 하지정맥류 환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종아리, 허벅지에 새파란 핏줄이 비치거나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 치료를 실손보험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이 실손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올해부터 보험에 새로 가입한 사람들은 하지정맥류의 대표적 수술법인 레이저나 고주파 수술의 보험혜택에서 제외키로 했다. 칼로 살을 째고 하는 전통적 수술법만 인정한다는 것이다.

일부 병원의 과잉진료와 값비싼 수술법 권장이 실손보험료 인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해당 약관은 의학적으로 잘못된 접근일뿐만 아니라 보험 가입자들에게 불공정한 약관"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한흉부외과학회와 대한흉부외과의사회는 '하지정맥류 약관 개정 공동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고 국민들과 관계 당국에 문제점을 조목조목 알리고 재개정을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27일 밝혔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에 있는 정맥이 늘어나 피부 밖으로 돌출되는 질환으로 심하면 통증, 부종, 경련, 궤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전통적인 하지정맥류 치료는 사타구니와 무릎 아래 몇 군데 피부를 가르고 병든 정맥 조직을 제거하는 절개수술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는 대부분 주삿바늘로 1~2㎜ 구멍을 내서 정맥 안에 레이저나 고주파를 넣고 강한 열로 병든 정맥을 태우거나 굽는 혈관 레이저 폐쇄술, 고주파 혈관 폐쇄술 등을 시행하고 있다.

문제가 된 표준약관은 외모개선 목적의 다리정맥류 수술은 보험금 미지급 사유로 꼽고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 수술방법 또는 치료재료가 사용되지 않은 부분은 외모개선 목적으로 보겠다고 명시했다.

절개수술(상부결찰 및 광범위정맥류 발거술)만 보험 대상으로 인정하고 비급여로 분류된 혈관 레이저 폐쇄술, 고주파 혈관 폐쇄술 등은 미용치료로 보겠다는 것이다.

대책위의 김승진 회장은 "외관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통증이 심해서 병원을 찾는 하지정맥류 환자도 상당수 있다"며 "질병이 분명한데 수술방법이 건강보험 비급여로 분류됐다고 해서 미용치료로 간주하겠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하지정맥류는 일정량의 혈류 역류 측정이라는 명확한 진단 기준도 있고 건강보험에서도 엄연히 질병코드를 부여하고 있다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오태윤 대한흉부외과학회 상임이사 역시 "비유하자면 폐 질환 환자를 수술하는 데 조그만 상처를 내는 복강경은 미용 목적이기 때문에 목에서부터 배까지를 절개하는 수술을 하라고 강요하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또 전문가들은 레이저나 고주파 수술은 절개수술보다 재발률이나 합병증 발생이 현저히 낮아 국제적인 표준수술법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철 대한흉부외과의사회 총무이사는 "앞선 연구에 따르면 레이저 수술법이 절개수술보다 출혈이나 혈종 발생이 4배, 상처감염은 6배 그리고 신경 손상은 2배로 낮다"며 "고주파 수술 역시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평균 3일로 절개법(12.5일)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총무이사는 "이런 임상결과들 때문에 대한 정맥학회는 물론 미국정맥학회에서도 절개수술보다 열로 치료하는 수술법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한다"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수술법을 두고 절개수술만 고집해야 한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