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올해 들어 기준금리나 예금금리를 인하한 곳이 전체의 60%를 웃돌았다.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인 미국이 작년 12월에 기준금리를 올린 뒤에도 대다수의 주요국은 경기 대응 등을 위해 금리인하 기조를 유지한 셈이다.

나머지 OECD 회원국은 대체로 금리를 동결했고, 기준금리를 올린 곳은 지난 2월의 멕시코(0.5%포인트)가 유일했다.

OECD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보면 남미나 아프리카 지역에서 금리를 올린 곳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주로 인플레이션이나 자본유출 부담 때문에 인상을 택했다.

◇ OECD 작년 4분기 성장률 급둔화에 '금리 인하 행진'

28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8844)와 국제금융업계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에서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금리를 내린 나라는 일본, 스웨덴, 뉴질랜드, 유로존(19개국 중 OECD 회원국은 15개국), 노르웨이, 헝가리, 터키 등 모두 7개 경제권, 나라로는 21개국이다. 전체 회원국의 62%가량이 내린 것이다.

올들어 OECD 국가 중에 금리 인하 대열의 선두에 선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지난 1월 일부 예치금리를 -0.1%로 내려 마이너스 금리를 처음 도입했다.

헝가리도 이달 말 하루짜리 예치금리를 -0.05%로 내려 마이너스 금리 클럽에 합류했다. 헝가리는 기준금리도 0.15%포인트 낮은 1.20%로 내렸다.

이로써 마이너스 금리 국가는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유로존, 일본, 헝가리 등 6곳으로 늘어났다.

유로존은 지난 10일 예치금리를 -0.30%에서 -0.40%로, 스웨덴은 2월에 기준금리를 -0.35%에서 -0.50%로 각각 추가 인하했다. 이들은 마이너스인 금리를 더 낮춘 것이다. 유로존은 기준금리도 0.05%포인트 낮춰 0.0%로 내렸다.

노르웨이와 뉴질랜드도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내려 0.50%, 2.25%로 조정했고, 터키는 지난 24일 기준금리는 동결했으나 하루짜리 한계대출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시장을 놀라게 했다.

OECD 회원국 중앙은행의 상당수가 금리를 내리는 것은 연초 글로벌 증시 폭락과 유가 하락 등으로 경기 악화 우려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OECD 회원국의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2%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런 분기 성장률은 작년 2분기 0.6%, 3분기 0.5%에 이어 큰 폭으로 내려앉으면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초저금리와 대규모 통화공급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해왔으나 글로벌 실물경제는 아직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아직은 인하가 우세…중남미·아프리카 13개국은 통화불안 등에 인상

OECD를 포함해 전 세계 130개 나라로 넓여보면 올해 들어 기준금리나 예치금리 등을 내린 나라는 모두 18개국이었다.

여기에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포함돼 있으므로 국가 수로는 36개국으로 볼 수 있다.

1~3월에 걸쳐 총 세 차례 내린 인도네시아도 포함돼 있다.

이와 반대의 길을 택한 금리 인상 국가는 13개국이었다. 나머지는 금리를 동결하거나 1~3월에 통화정책 회의가 없었던 나라들이다.

미국이 작년 12월부터 인상 국면이 접어들었지만 다른 선진국에선 올해 금리를 올린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

대다수 선진국은 금리를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는 여전히 경기 환경이 나빠 통화 완화적 기조가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작년말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13개국이 금리 인상을 택했다는 점이다.

13개국에는 을 들어 매달 올린 콜롬비아(3회)를 비롯해 페루·남아프리카공화국·아제르바이잔·나미비아(각 2회 인상), 파라과이, 앙골라, 모잠비크, 멕시코, 타지키스탄, 스리랑카,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중남미 지역의 개도국이 많았다.

이들은 자본 유출과 통화 절하 압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달러 부채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면서 성장 부진에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표적으로 중앙아시아의 3대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은 통화 불안과 저유가에 따른 재정수지 악화 등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에 내몰렸고, 남아공은 중국의 성장둔화와 통화가치 급락 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쳤다.

이집트도 자국 파운드화 가치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금리를 크게 인상한 경우다. 이집트의 2월 물가 상승률은 연율로 9.13%였다.

멕시코도 지난달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1990년대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자본유출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은 자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작년 12월 기준금리 인상 뒤 신흥국 중 멕시코가 곧바로 인상한 사례를 예로 들며 신흥국의 자본유출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댈러스 연은은 신흥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따라가더라도 인상 폭은 각국의 경상수지와 자본 유출입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적자폭이 크고, 자본유출 우려가 클수록 미국의 금리를 추종하는 경향이 더 크다는 게 댈러스 연은의 설명이다.

◇ '마이너스 금리 클럽' 다음 국가로 대만 부상…한국 인하 압력 지속

이처럼 일부 신흥국이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는 아직 금리 인하 기조가 더 강한 것이 사실이다.

또 신흥국 중에는 경기 부진으로 금리를 인하한 국가도 상당해 당분간 중앙은행들의 완화 기조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6곳으로 늘어난 마이너스 금리 국가·지역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은 우선 금리 수준이 낮은 캐나다, 노르웨이, 영국, 체코 등이 마이너스로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이달 17일 기준금리를 0.75%에서 0.50%로 인하하면서 1년 내 금리를 더 내릴 수 있으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체코 역시 통화정책 성명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경우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체코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할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고 진단했다.

체코가 유로화에 고정한 페그제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되면서 체코는 대규모 투기자본 유입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이 자본유입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만도 마이너스 대까지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대만이 금리를 내린 지난 24일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을 제기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경제가 조만간 회복단계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대만은 마이너스 금리나 환율 목표와 같은 다른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도구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만과 금리 수준이 같아진 한국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한국의 주요 수출 경쟁국인 대만이 금리 인하와 추가 인하 기대로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어서다.

지난 25일 현재 2월 말 대비 원화 가치는 미 달러화에 대해 6%가량 올랐고, 대만달러는 같은 기간 미 달러화에 대해 2%가량 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3명의 이코노미스트 중 11명의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한국의 금리 인하를 점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크리스털 탄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한은의 금리 동결 후 낸 보고서에서 올해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나 올해 3% 성장 전망에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