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전직 경찰청장 수난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겼다. 허 전 사장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비리에 연루돼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용산 개발에 참여한 측근으로부터 검은돈 수억원을 받은 의혹을 조사받기 위해서다.

외교관에서 경찰로 전직한 허 전 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경찰청장 자리에 올랐다.

그해 말 농민이 시위 도중에 숨지자 취임 11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을 했다. 과잉 진압 논란이 불거져 지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런데도 경찰 조직에서 신망은 두터운 편이었다.

한때 14만 경찰 조직을 통솔한 치안총수가 또다시 검찰에 불려 나올 처지가 되자 경찰은 매우 침통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찰총수는 현직이든, 전직이든 경찰 조직의 얼굴"이라며 "이들이 비리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을 때 경찰은 자존심과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는다"고 말했다.

경찰청장 출신 인사가 비리로 처벌받은 전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최근에는 조현오 전 청장이 형사처분을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작년 3월 징역 8개월이 확정됐다.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항소심에서 다시 징역 8개월의 실형이 나와 재수감됐다.

작년 8월에는 부산의 한 건설업자로부터 특정 경찰 직원의 승진 청탁과 함께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검찰과 거듭된 악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이무영 전 경찰청장이 구속됐다.

2001년 12월 '수지김 피살사건'의 경찰 내사 중단을 주도한 혐의로 철창신세를 졌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나와 누명을 벗었다.

강희락(64) 전 청장은 2011년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에 연루돼 구속됐다.

함바 브로커 유상봉씨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7천만원, 추징금 7천만원이 확정됐다.

허 전 청장의 전임자인 최기문 전 청장은 2007년 3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에 연루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경찰을 떠난 뒤 한화건설 고문으로 있던 그는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수사 지휘라인에 있던 경찰서장 등에게 사건을 축소·은폐해달라고 청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심에서 실형을 받았으나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치안총수인 이택순 전 청장은 2007년 7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미화 2만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천433만원이 확정됐다.

2000년대 이전에도 치안총수의 처벌 사례는 반복됐다.

5공 시절 경찰청장 전신인 치안본부장을 지낸 염보현씨는 퇴직 후인 1988년 수뢰 혐의로, 강민창씨는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은폐 혐의로 각각 처벌됐다.

문민정부 때는 이인섭 청장이 슬롯머신업자 및 경찰 간부 등에게서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박일룡 전 청장은 퇴임 후 안전기획부 1차장으로 재직할 당시 '북풍 사건'에 연루돼 수감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