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적용 7만~8만원→1만5천~2만원 비용부담 완화
민간인 아닌 전문인력 궂은일 척척… '가족도 안심'
사회 초년생 간호사들에겐 일할 기회 '실업난 해소'
간호조무사 '전문 간병' 통해 효율적 업무분담 가능
기존에는 지방병원과 공립병원 등 300여 개 의료기관이 통합서비스를 시범 운영했지만, 보건복지부가 올해 말까지로 예고했던 확대시행 일자를 앞당기면서 이달부터 전국의 상급종합병원, 서울지역의 종합병원·병원급 의원들도 통합서비스 대상이 됐다. 통합서비스의 시발점은 지난해 전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였다.
당시 구멍난 감염환자 관리체계를 보이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정부는 간병인 등 병원 외부인이 병동을 자유로이 드나드는 한국 고유의 입원문화를 전염병 확산의 원인으로 꼽았고, 급기야 통합서비스를 통해 '보호자 없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여기엔 지난 2012년 포괄수가제 일괄시행 당시 비급여 항목으로 지정돼 빈축을 샀던 간병비 문제도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속내도 넌지시 깔렸다. 정부가 과감히 칼을 빼든 만큼 환자들은 제법 톡톡한 혜택을 보게 됐다.
통합서비스가 보편화할 경우 환자의 간병비 부담은 하루 평균 7만~8만 원 수준에서 1만5천~2만원꼴로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간호사가 항시 환자 옆에 붙어 있으니 보호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입각하자면 더할 나위 없이 합당한 정책이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과로에 시달리는 간호사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은 물론이고 급하게 설비와 인력을 충원해야 할 병원도 이에 못지 않다. 일각에서는 성급한 제도변화로 인해 간호와 간병의 질 모두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존 간병인들의 일자리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통합서비스는 분명 환자들 입장에서 설계된 좋은 약이다. 그러나 이 약이 적절한 시기에 처방전에 맞게 조제됐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붙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이슈&스토리'에서는 통합서비스를 통해 울고 웃을 6개 주체의 실상을 분석해 독자들에게 어떤 방안이 최선인지 고민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환자 say
"전문 간호사가 24시간 환자 간호는 물론 간병까지 책임지고 비용도 보험이 적용되니 좋아요."
지난 1월 중순, 박모(88)씨는 만성 천식으로 도내 한 병원에 입원했다. 박씨와 박씨의 보호자가 이 병원을 선택한 이유는 박씨가 식사나 산책, 거동 등 작은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간병인이 아닌 전문 간호사가 24시간 달려오기 때문이다.
박씨가 입원한 곳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범 실시한 병원으로, 근무시간마다 2명의 간호사가 1개의 병동에서 40여 명환자의 간호는 물론 간병 역할도 수행한다. 박씨의 하루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매일 오전 7시에 아침 식사를 도움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박씨는 식사는 물론 양치를 할 때마다 도움이 필요한 터라 다른 사람도 아닌 간호사의 간병이 고맙기만 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박씨는 간호조무사의 인솔로 화장실을 다녀오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목욕까지 도움을 받는다.
박씨가 진료실이나 주사 또는 엑스레이를 받으려고 할 때도, 간호조무사가 이동이 어려운 박씨의 휠체어를 끌어준다. 진료 뿐만 아니라 박씨가 산책을 할 때도 간호조무사가 따라 붙는다. 또 거동을 전혀 못해 기저귀가 필요한 다른 환자의 경우에도 간호사 등이 마다하지 않고 궂은일까지 도맡아한다.
무엇보다 박씨와 박씨의 보호자가 마음에 드는 것은 입원하는 동안 24시간 전문인력의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말 새벽께, 박씨가 갑작스러운 천식 발작을 느꼈을 때도 불과 1분도 되지 않아 간호사가 달려왔다.
박씨의 아들(61)은 "보호자가 모두 맞벌이를 하는 바람에 과거에는 항상 간병인을 직접 고용했어야 했는데, 통합서비스는 모두 병원비로 해결된다"며 "민간인 신분의 간병인이 아니라 전문인력이 24시간 관리해주니 더욱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손길이 많이 필요한 박씨의 경우 간병인을 고용하면 하루 평균 8만원 정도 들었지만, 통합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하루 2만원으로 비용이 뚝 떨어진다.
또 박씨는 과거 다른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간병인의 불성실로 제대로 씻지 못해 욕창도 발생했지만, 이 병원으로 옮겨 통합서비스를 받은 이후로는 욕창도 생기지 않았다. 박씨 뿐만 아니라 박씨와 같은 병동에 있는 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간병인을 사용할 때 행여 욕창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생길 경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개인끼리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지만, 통합서비스를 받게 되면 모든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다. 퇴원을 앞둔 박씨는 다시 천식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면 같은 병원을 찾아 통합서비스를 받을 생각이다.
#간호사 준비생 say
"좋은 병원이나 공공 의료원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 같아요."
지난 2월에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김모(24·여)씨는 다음달부터 확대 시행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맞춰 경기도내 대학병원에 이력서를 준비하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을 꿈 꿔왔던 김씨는 졸업 직후 대학병원에 지원을 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한 해 60~70명의 간호사를 뽑는 대학병원에 지원하는 예비간호사 수가 너무 많아 경쟁률만 10대 1일 넘어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당수의 대학병원은 같은 병원에서 근무를 한 경험이 있는 경력 간호사를 선호한 탓에 사회 초년생인 김씨에게 대학병원 취직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러던 중 김씨는 아주대학교병원,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등 도내 주요 병원에서 통합서비스를 실시해 추가 인력을 충원한다는 소식에 큰 기대를 품고 있다.
또 김씨는 대학병원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거주하는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에서도 통합서비스를 시행한다는 말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형병원이나 공공병원에서 통합서비스를 통해 경력을 쌓아 대학병원에 취직하는 것이 김씨의 목표다. 게다가 간호사의 경우 학부 시절에 환자 간병에 관한 공부를 모두 끝마치기 때문에 별도의 경력이나 자격 없이도 통합서비스 간병 분야를 지원할 수 있다.
김씨는 "요즘 청년실업 문제가 큰 만큼, 간호사 역시 대학병원이나 유명 병원에 한번에 취직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며 "통합서비스를 통해서 경력을 쌓은 뒤 좋은 병원에 간호분야로 재취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상당수의 대학병원은 통합서비스를 시행하지 않거나 적게 충원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많은 간호사 인력을 충원해 청년실업 해소에 이바지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통합서비스를 시행하는 상당수의 병원이 간병을 담당하는 인력을 2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평소 환자 관리와 간병에 관심이 많았던 김씨는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간병 전문인력이 되고자 하는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통합서비스가 잘 정착이 되면 비용부담 측면에서 환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1만 여명의 간호사 일자리 창출도 된다고 알고 있다"며 "시행 초기 단계인 지금은 간호사 1명이 40여명의 환자를 돌봐야 하지만, 더 많은 인력 충원으로 환자와 간호사 서로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호조무사 say
"과거에는 간호 업무까지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는 간병을 중심으로 전문적으로 일하게 됐어요."
간호조무사 박모(57·여)씨는 지난 2014년 2월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실시하는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일해왔다.
박씨가 관리하는 환자는 30명 남짓, 보통 2명의 간호조무사가 한 개의 조를 이뤄 일과시간인 8시간 동안 환자들을 돌본다.
박씨의 일과는 매일 오전 6시 50분에 전 근무자로부터 인수인계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환자가 간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불편했던 것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한다.
인수인계가 끝나면 박씨는 곧바로 환자의 아침식사를 돕기 시작한다. 식사가 끝나면 환자 진단에 필요한 배변검사나 소변검사 등 각종 검사를 위해 샘플 채취를 돕는다. 환자의 치료에 필요한 물리치료 기계나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기계를 옮기는 것도 박씨의 몫이다.
이 병원에 오기 전, 박씨는 요양병원에서 5년 가까이 근무했다. 박씨가 요양병원에서 했던 일은 간호에 가까웠다. 과거에 주로 간호사가 하는 환자 욕창 치료, 진료보조, 환자의 혈압과 당 체크, 주사 등을 담당했었다.
요양병원에서 하는 일은 주로 간호사의 업무이기 때문에 간호조무사인 박씨에게는 '반쪽짜리 경력'이었다. 간호조무사는 간호 분야의 일을 맡아도 경력에는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합서비스가 시행되기 전 대부분의 대형병원은 간호사를 채용하거나 젊은 간호조무사를 채용하면서 박씨처럼 나이가 있는 간호조무사는 갈 곳이 없었다.
하지만 통합서비스가 시행된 이후 간병 인력으로 나이가 많거나 경력이 단절된 간호조무사를 찾는 병원이 많아지면서, 박씨 역시 대형병원에서 근무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박씨는 "과거에는 간호 업무를 주로 하면서 일을 하고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는 간병 위주로 일하면서 경력으로 인정을 받게 됐다"며 "또 과거와 달리 나이가 있는 간호조무사 역시 대형병원에서 채용하면서 경력이 단절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간호조무사가 통합서비스를 통해 간병을 하는 곳은 일반병원이 많다,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더 많은 간호조무사가 전문적으로 간병을 하면 간호사와 효율적인 업무 분담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길순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경기도회장은 "통합서비스는 환자의 간병비용 절감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 간호조무사 2만 여명의 고용창출이 예상되는 등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효과가 있다"며 "다만 병원 전체적으로 간병 인력이 적게 설계돼 있다보니 간호조무사 한 명이 환자 50여 명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많은 간병 인력이 투입돼 더 세심한 환자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준우·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 ·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