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즐기는 남성 A씨는 최근 모르는 여성으로부터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받았다.

새 친구를 사귈 수도 있다는 생각에 A씨는 흔쾌히 친구 신청을 수락했다.

여성이 친구를 수락해줘 고맙다며 쪽지를 보내온 것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게 됐다.

둘은 빠르게 친밀한 사이가 됐다.

어느 날 여성은 A씨에게 "얼굴이 보고싶다"며 화상채팅을 하자고 했다.

화상 채팅 대화가 무르익어가는 순간, 여성은 A씨에게 은밀한 제안을 했다.

'알몸 채팅'을 하자는 것이었다.

분위기에 휩쓸려 A씨는 결국 선을 넘어 알몸 채팅을 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채팅 이후부터는 흔히 알고 있는 '몸캠 피싱' 흐름처럼 진행되고 말았다.

상대는 돈을 주지 않으면 알몸 영상을 A씨의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메시지로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새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했던 A씨는 순식간에 몸캠 피싱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2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몸캠 유포 협박을 받는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내용의 상담이 들어온 것은 지난 3월부터다.

경찰은 몸캠 피싱이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형적인 몸캠 피싱의 방식은 이렇다.

몸캠 피싱 일당은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남성들에게 화상채팅을 하자고 한다.

채팅 중 상대 여성은 "소리가 잘 안 들린다"며 마이크공유 앱을 보내 내려받도록 유도한다.

이 앱에는 스마트폰 안에 저장된 연락처를 빼내 전송하는 악성 코드 파일이 포함돼 있다.

몸캠 피싱 일당은 이렇게 얻은 연락처로, 음란 영상을 뿌린다며 협박해 돈을 뜯는 것이 고전적인 방법이다.

페이스북을 통한 몸캠 피싱이 과거 수법과 다른 점은 악성 코드를 깔도록 유도하지 않는 점이다.

A씨도 악성 코드를 내려받은 적이 없다.

몸캠 피싱 일당은 페이스북 이용자 대부분은 자신의 친구 목록을 공개해 놓는 점을 노렸다.

특히 A씨와 여성처럼 '친구' 사이라면, 상대의 친구 목록을 볼 수 있도록 설정된 것이 보통이다.

페이스북 친구를 하자며 접근, 친구가 되고서 음란 동영상을 찍도록 유도해 돈을 뜯는 것이 수순이다.

전화번호가 없더라도 '손쉽게'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고 협박하면 된다.

몸캠 피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악성 코드를 받도록 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몸캠 피싱 일당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경찰은 페이스북에서 친구 목록이 보이지 않도록 설정을 바꾸도록 권고했다. 제한없이 공개된 정보는 몸캠 피싱뿐 아니라 또 다른 범죄에도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성선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성적인 채팅을 하자며 접근하는 사람은 피싱 사기 일당일 가능성이 크니 경계해야 한다"며 "온라인상에서의 개인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노출 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