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여야 정당들의 정책이나 공약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처럼 정책이 실종된 선거도 흔치 않다. 2010년의 지방선거와 2011년의 서울시장 선거, 그리고 4년전 19대 총선때는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등의 복지와 반값등록금 등의 쟁점 축이 형성되었다. 선거는 집권세력에 대한 평가와 미래를 책임질 세력에 대한 선택이라는 회고적 투표와 전망적 투표의 양면성을 지닌다. 선거의 변수가 복잡다기하고 투표 행태 또한 예측할 수 없으나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대립축에 따라 거시적인 틀에서 큰 흐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20대 총선은 선거를 관통하는 의제(議題)를 찾을 수 없다.

여야 정당들이 정책을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공천 전쟁에 허비한 까닭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친박과 친노의 계파패권주의로 당내 권력투쟁이 도를 넘었고 급기야 집권당 대표가 후보등록 하루를 앞두고 '옥새투쟁'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총선 이후의 권력지형의 변화와 연계된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과 야권의 분열로 정책은 애당초 관심에서 멀어졌다. 정당들이 공약이라고 내놓은 정책들도 과거의 재탕이거나, 구체적이고 실현가능성과는 동떨어진 정책들이다.

야권의 분열이라는 선거구도는 다른 모든 선거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야권 단일화 여부는 선거에 치명적인 변수다. 지난 19대 총선거에서 득표율이 5% 이내로 승패가 갈린 선거구가 수도권에서 31곳이다. 15% 이내로 범위를 넓히면 112곳에서 거의 80% 내외 선거구의 승패가 갈렸다. 선거구도가 모든 이슈를 압도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는 유권자의 피곤감만 더할 뿐이다. 이미 투표용지가 인쇄에 들어간 상태에서 사퇴한 후보의 표가 무효로 처리되어 야권단일화의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공천파동과 야권의 분열이 표심의 향배에 주는 영향의 정도에 따라 여야의 승패가 갈릴 것이다.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철저히 계파이기주의와 후보개인의 입신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이번 선거는 결과에 상관없이 최악의 선거로 기록될 것이다. 남은 일주일이라도 여야의 각성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