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적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슬로건
겸허한 주춧돌·작은 디딤돌 역할 충실히 했으면
이젠 국민의 걱정거리 되는 국회의원 필요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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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또 한 번의 희한한 선거판이 끝남으로써 새로운 국회의원 300명이 선출됐다. 정치부에 소속돼 있다 보니 그런지 국회의원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아는 줄로 여겼다. 그런데 선거운동이 진행되면 될수록, 각 후보자가 경쟁적으로 공약을 발표하면 할수록 국회의원이 뭘 하는 자리인지 알 수가 없게 됐다. 도대체가 개념을 잡을 수 없어, 국어사전을 펼쳤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를 이루는 구성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역시 막연하기는 마찬가지다. 선거공약만 놓고 보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하는 일과 국회의원이 하는 일을 분간할 수가 없다. 모든 후보가 너나없이 그렇다. 구청장이나 군수가 해야 할 것 같은 동네 발전 공약이 온통 판을 치니 이럴 바에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구태여 따로 해야 할 이유가 있나 싶을 정도다. 당선자들 역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역할에 대해 정확한 개념을 잡지 못하고 있을 듯하다.

이런 당선자들에게 인천에서 20년 넘게 발행되면서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는 계간지 '황해문화'의 일독을 권한다. 새얼문화재단이 1993년 겨울 창간한 '황해문화'는 지금껏 목차 첫머리에서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슬로건을 빼놓은 적이 없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간사를 볼 필요가 있다. "…'황해문화'는 세계적 시각에서 지역을 보고 지역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상호 침투적 시각을 견지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역사적 전환을 창조적으로 모색하는 겸허한 주춧돌이 될 것을 성심으로 다짐하는 바이다." 최원식 인하대 교수는 이렇게 창간사를 갈무리했다. '황해문화'는 23년 전 이미 '내가 서 있는 자리'와 '내가 바라보는 먼 곳'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어야 창조적 미래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은 지금 우리의 국회의원들에게 너무나 적확한 지침이 아닌가 한다.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곳은 좁을지라도 바라보는 곳은 멀어야 한다는, 또한 멀리 보더라도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늘 새기고 있어야 한다는 2가지 뜻을 동시에 포함하는 말일 게다. 그렇다. 나를 뽑아준 선거구의 대변자를 자임하면서도 그에 얽매이지 말고 크게 보고 행동해야 하는 게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국회의원상일 것이다. 나에게 표를 던진 동네 아주머니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할 줄 아는 세심함과 자상함이 필요하면서도, 동네 일과 국가적 어젠다를 냉철히 구분할 줄 아는 혜안을 갖춘 국회의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황해문화' 창간사에는 주목할 단어가 2가지 등장한다. 위에서 예로 든 것처럼, '겸허한 주춧돌'을 다짐했으며 또한 '작은 디딤돌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황해문화'가 창간사에서 다짐하고 약속했던 것처럼 새로 태어난 우리의 제20대 국회의원 300명은 지역의 유권자와 국가를 위한 일에 주춧돌이 되고 디딤돌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이전처럼 국민의 걱정거리가 되는 국회의원은 이제 더 이상 필요치 않다. 새로 뽑힌 국회의원들에게 느닷없이 '황해문화' 읽기를 권하는 것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이 잡지를 열면서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그 슬로건을 맘에 새겼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리하면 우리의 국회의원들은 '전국적 시각을 갖고, 선거구에서 실천하라'는 나름의 정치철학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