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력 잃어가는 故허다윤양 어머니
이사도 못가고 기다리는 권오복씨
인양실패 불안감 잠못이루는 날들
대한민국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참사도 벌써 2주기를 맞았다. 참사 얼마 뒤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은 모두 세월호와 안전한 대한민국을 외쳤지만 변한 것은 없었고 2년이 지나 치러진 총선에서 세월호는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4월 16일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2반 허다윤, 6반 남현철·박영인, 단원고 교사 고창석·양승진, 일반인 승객 권재근씨와 아들 혁규 그리고 이영숙씨 등 9명의 시신은 아직 수습되지 않았고 가족들은 여전히 2년 전처럼 가족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1일 12시30분 안산시 한도병원 앞의 한 커피숍에서 故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53)씨와 어머니 박은미(47)씨를 만났다. 허씨는 허리에 손을 짚은채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고 박씨는 앉자마자 카운터에 음악소리를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허씨는 허리디스크로 지난 3개월동안 집 밖을 나서지 못했고 박씨도 오래전부터 앓던 신경섬유종이 악화돼 오른쪽 청력을 잃었다. 다윤이를 잃고 지난 2년간 치료를 못해 남은 한쪽의 청력도 사라지고 있다.
다윤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동안 허씨는 23년 간 다니던 직장을 잃었고 개신교 신자인 박씨는 어린 다윤이가 뛰놀던 모습이 떠올라 참사 후 교회 출입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허씨는 "다윤이 언니가 올해 대학을 졸업하면 당분간 큰 돈 들어갈 일은 없어요. 집 안에서만 생활하니 세금 외에 들어갈 돈은 없고, 모자란 돈은 빌려 쓰고 있죠"라고 말했다.

허씨 부부는 몸 상태가 괜찮은 날이면 지금도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앞과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인양', 잃어버린 다윤이를 찾는 것이다.
박씨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유괴된 아이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유괴범을 처벌한들 부모에겐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허씨 부부는 '인양이 실패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찾아올 때면 지금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부부는 "우리 미수습자 가족들이 원하는 건 딱 두 가지에요. '유실 없는 신속한 인양'과 '작업자들이 다치지 않는 안전한 인양', 이것만 바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팽목항에 내려가 그곳에서 동생 권재근씨와 조카 혁규 군을 기다리고 있는 권오복(62)씨의 마음도 같다.
권씨는 "지난 2년 동안 밥 벌이를 못해 아파트 대출금을 갚지 못했어요. 비탈에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할 처지가 됐지만, 동생이랑 조카가 돌아올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인양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허씨 부부와 미수습자 가족들의 두려움은 세월호 인양이 실패하는 것이다. 그보다 더 큰 공포는 인양한 세월호 안에 기다리던 가족들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 미수습자 가족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꼭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도 4월 16일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