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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세월호희생자합동분향소를 찾은 학생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분향을 하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합동분향소 밖 적막감 가득
'하세월' 인양·추모공원등 상처
이웃들 "아이들 잊혀질까 두려워"


'4월'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돌아왔지만, 안산에는 '꽃' 대신 '슬픔'이 피고 있다.

58만7천25명. 지난 2014년 4월16일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250명을 포함한 304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이후 안산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 수(지난 12일 기준)다. 안산 인구수가 75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명 중 7명꼴로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셈이다.

세월호 2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오전, 합동분향소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최근 하루평균 추모객 수는 100~200명 수준이었으나 2주기가 다가오면서 380여 명으로 늘어났다. 합동분향소를 둘러보던 추모객들은 빈 액자만 걸려 있는 2개의 영정사진 앞에서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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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나무움직임연구소에서 제작 중인 진실의 탈.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아직 돌아오지 못한 허다윤 양과 조은화 양의 자리였다. 사진이 들어 있어야 할 공간에는 '세월호 속에 ○○이가 있습니다'고 적힌 글귀가 자리하고 있어 추모객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추모객들이 끊이질 않으면서 이들이 남기고 간 방명록만 1천300여 권에 달하고 있지만 화랑유원지 외부는 오히려 적막감이 감돌았다. 유원지 내에 만들어진 캠프장도 2년째 휴업 상태다.

합동분향소 설치 이후 유원지내 식당과 매점 매출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화랑유원지 상인들이 희생자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과는 별개로 세월호유가족협의회와 안산시, 경기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던 이유다.

실제 시가 KT 및 BC카드와 빅데이터로 안산지역 상권을 분석한 결과, 2014년 내내 성장률이 둔화하다가 지난해 상반기가 돼서야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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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세월호희생자합동분향소 입구에 설치된 노란리본 조형물.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선체 인양, 추모공원 조성 등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안산지역 주민들의 가슴에도 통증은 계속 몰려 왔다. '세월호 통증'을 앓은 주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온 마을이 상갓집이 되자 함께 아파했던 주민들이 있었고,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던 주민들도 있었다.

첫해에 일부 주민이 세월호 관련 현수막을 떼어내거나 훼손하면서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기도 했지만 2주기를 기해 대부분의 주민들이 아픔을 같이 하고 있으며 시내 대로변과 골목길에 설치하고 있는 '잊지 않겠습니다'는 내용의 현수막들과 노란 리본들이 이미 안산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전남 진도군, 서울 광화문, 안산 합동분향소 등에 흩어져 있는 유가족들을 대신해 희생 학생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단원고 기억교실을 돌보는 이웃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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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세월호희생자합동분향소에 시민 등 희생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이날 단원고에서 만난 임모(50)씨는 단원고에 다니던 친구 13명을 잃은 뒤 3개월간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던 아들(20)을 대신해 아들의 친구들이 사용하던 교실을 2년째 청소하고 있다. 이웃들의 손길 속에 당시 책상의 주인이었던 아이의 사진과 인형·과자·종이학·열쇠고리 같은 물건들은 2년 전 그대로 빈 교실을 지키고 있다.

최근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움막에서 유가족들과 세월호 인양 현장을 지켜보고 왔다는 임씨는 "한동네에 살면서 아들과 함께 축구를 한 뒤 우리 집에 놀러 와 라면을 먹곤 하던 아이들은 내 아들이나 진배없다"며 "2주기가 다가오면서 주민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또다시 관심이 꺼지거나 잊힐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