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서경찰서는 고미술품 전문가인 척하면서 불상과 공예품 등 싸구려 골동품 12점을 국보급 문화재로 둔갑시켜 180억원에 판매하려고 한 혐의(사기미수)로 한모(58) 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일용직 노동자 한씨는 신용불량자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올해 1월 지인 소개로 만난 재력가 A(63)씨의 돈을 뜯기로 마음 먹었다.
A씨는 오래전 앓은 뇌출혈 후유증으로 인지력과 기억력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다. 한 씨는 A씨가 고미술품 애호가라는 점을 이용해 가짜 골동품을 비싸게 팔기로 했다.
그는 자신이 30년 동안 고미술품을 수집해 온 국보급 문화재 전문가라면서 직접 작성한 수집 유물 목록을 보여주고 접근했다. 완벽한 범행을 위해 인터넷으로 문화재 관련 자료를 찾아보거나 고미술 동호회에 나가서 공부도 했다.
그는 1∼4월 4차례 A씨를 만나 해박한 지식을 과시하면서 고미술협회 같은 알려진 전문가보다 자신이 훨씬 더 문화재를 잘 안다고 말했다.
한씨는 '고구려 금동보살입상', '고려시대 청자 연적', '고려시대 분청사기', '조선시대 옥 공예품' 등 가짜 골동품 12점을 구해 국보급 보물이라며 값이 수십 배 오를 테니 180억원에 사라고 권유했다.
A씨는 한씨가 보낸 골동품 사진과 출처, 추정가, 제작연대 등을 담은 도록을 주변 지인들에게 보여줬고, 이들로부터 '모두 가짜'라는 답을 들었다. 한씨를 의심한 A씨는 경찰에 이런 사실을 알렸다.
A씨는 "돈이 준비됐으니 물건을 보여달라"면서 한씨를 이달 7일 강남의 한 음식점으로 불러냈고, 경찰은 가격 흥정을 하던 그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한씨는 "비싸게 팔려고 했던 점은 잘못했지만, 골동품은 진품"이라고 끝까지 주장했지만, 조사결과 모두 문화재로서 가치가 없는 모조품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연합뉴스